만도는 1960년대부터 현대차그룹과 함께 성장한 만큼 현대차와 기아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속해서 현대차그룹을 향한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도는 여전히 전체 매출의 58%가량을 현대차그룹에서 올린다.
만도는 폴크스바겐그룹에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 플랫폼인 MEB에도 서스펜션부품을 공급하는데 폴크스바겐과 협력은 전기차부품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미국 테슬라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시장 판매 2위에 올랐는데 최근 '파워데이'를 열고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는 등 전기차시대 공격적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만도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자동차선진국과 비교해 뒤늦게 출발한 만큼 내연기관차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열리는 만큼 만도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부품업체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이 다소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폴크스바겐그룹을 주요 고객사로 삼은 것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준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는 평균판매단가가 높다고 보기 어려운데 폴크스바겐그룹을 주요 고객사로 두기 위한 만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주에서 중요한 것은 폴크스바겐이 만도의 주요 고객사가 됐다는 점이다”고 바라봤다.
정 회장은 그동안 전기차시대에 대비해 경쟁력 강화 기반을 꾸준히 닦아왔다.
올해 2월에도 1650억 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시스템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에 강점을 지닌 완성차부품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의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2008년 한라홀딩스와 독일 헬라(HELLA)가 5대5의 비율로 투자해 만든 회사인데 한라그룹은 이번 투자로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만도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티어바이와이어(SbW)도 미국 전기차업체 카누가 출시할 전기픽업트럭에 탑재되는 등 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스티어바이와이어는 물리적 연결고리 없이 전자신호로 차량과 스티어링휠을 연결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인데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미래에는 필요할 때 스티어링휠을 꺼내 쓸 수 있는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는데 앞으로 자율주행시대가 열리면 수요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도는 현재 스티어바이와이어에 이어 전자신호로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브레이크바이와이어(BbW) 등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을 전자신호로 연결하는 ‘엑스바이와이어(X-by-Wire)’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만도의 '스티어바이와이어' 기술. <만도 유튜브 화면 캡쳐>
정 회장은 지난해 한라그룹의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직접 맡아 미래사업을 위한 인재영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만도의 고객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말 인사에서 조성현 수석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리고 대표에 선임해 해외영업에 힘을 실었다.
조 사장은 고려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인데 1986년 만도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연구원 생활을 한 뒤 줄곧 해외영업 조직에 몸담아 기술 역량과 영업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조 사장은 19일 만도 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올라 만도는 정 회장과 김광헌 부사장 2인 각자대표체제에서 3인 각자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조 사장은 폴크스바겐 수주를 알리며 “이번 수주는 만도의 유럽사업 도약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며 “만도가 폴크스바겐그룹의 전략적 파트너가 된 만큼 협력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발간한 만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 제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자율주행, 전기차,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차 등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고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며 “제조업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