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에 안팎의 경제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속속 상반기 실적을 확정짓고 있다. 어려운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는 노력은 모든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다를 바 없겠지만 특히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이들은 더욱 성과가 절실하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 임기 말 CEO들의 실적 현주소를 점검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남은 과제와 연임 가능성 등을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연임 시험대 오른 삼성전자 노태문, 하반기 AI 폴더블폰 흥행 중요
②지배구조 수술 앞둔 NH농협금융, 이석준 상반기 호실적에도 밝지 않은 연임의 길
③KB국민은행 홍콩 ELS 위기 방어한 상반기, 이재근 2연임 성공 가능성 높였다
④삼성전기 장덕현 임기 막판 실적반등, 경계현과 다른길 가나
⑤`1년 더` 받은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거세지는 카카오 사법리스크에 촉각
⑥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매출 15조 눈앞, 수익성과 신뢰 회복 과제 매진
⑦험지 전문’ 롯데하이마트 남창희, 체질개선 노력 인정받아 연임 기회 잡나
⑧상반기 성적 아쉬운 백정완, 하반기 대우건설 해외수주 확보 전력투구
⑨`2번째 임기 마지막 해 최대실적 기조`, 송호성 기아 사장 전기차 대중화시대 선봉
⑩한화생명 여승주 3연임 성공할까, 제판분리 성과에 경영승계 뒷받침 과제 안아
⑪한화 건설부문 실적 고민 커져, 김승모 복합개발사업 본격화로 반등 기반 다진다
⑫롯데웰푸드 해외사업 ‘맑음’, 이창엽 ‘해외 전문가’ 주특기 살릴 연임에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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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체질개선 노력을 인정받고 연임에 성공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2025년 3월 임기가 끝난다.
2023년 롯데하이마트 수장으로 선임된 남 대표는 재고관리와 점포 효율화를 통한 채질개선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연간 흑자달성에 성공했다. 남 대표의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라왔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한 것은 부담이다. 남 대표가 하반기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연임에도 경고등이 들어올 수 있다.
15일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자료를 살펴보면 1분기와 2분기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악화하며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장기간 부진을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매출까지 후퇴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144억 원, 영업손실 13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4.7%, 적자 폭은 약 47억 원 줄었다. 적자 폭을 줄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외형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성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대표 역시 롯데하이마트의 성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남 대표는 7월25일 주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화상간담회 방식의 기업설명회(CEO IR데이)를 열었다.
남 대표는 해당 행사에서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다소 아쉬웠다”며 “매출 역신장 트렌드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영업손익도 적자폭을 개선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실적만 살펴본다면 남 대표에 대한 평가는 다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적 부진을 남 대표 전적인 책임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전 업황이 회복세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실적을 반등시킬 만한 대책을 찾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영업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남 대표의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들게 되면 고정비 부담이 커져 적자가 커지지만 롯데하이마트는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시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구와 가전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며 “가전 특성상 구매주기가 길기 때문에 수요를 당겨쓴 셈이 되어 최근 시장 전체가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출의 경우 가전 시장 전체가 위축되며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조절하기는 어렵지만 수익성은 회사에서 관리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므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남창희 롯데마트 MD본부장이 2017년 10월26일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열린 '온리프라이스 브랜드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롯데마트> |
남 대표는 지난해 초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취임한 이후 몇 가지 전략을 내세우며 중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전략이 자체 브랜드(PB)를 통한 구매층 확대다.
롯데하이마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 브랜드 가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 5월에는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20만 원대의 ‘싱글원 냉장고’를 출시했다.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며 주요 가전 브랜드뿐 아니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가전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저렴한 가전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들의 방문주기를 줄여 ‘잠금 효과(록인 효과)’를 늘린다는 전략도 내놨다.
가전의 특성상 사후 서비스가 반드시 동반된다. 대표적으로 에어컨의 경우 클리닝, 가스 충전, 수리 등 구매 이후에도 많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상품화해 ‘홈만능해결서비스’라는 사업모델을 발전시킨다면 고객들의 롯데하이마트 방문과 이용률을 높이는 잠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하이마트는 현재 가전 유통 위주의 수익구조로 안정적 수입 구조가 마련되지 못했다”며 “하이마트 안심 케어와 같은 서비스 사업부를 확대하며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하반기 실적 개선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만큼 올해 성과가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남 대표는 기업설명회에서 “체질개선을 통한 효과 발생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7월1일부터 직영사원 중심의 현장 영업 구조 혁신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험지’로 평가받는 계열사의 대표를 주로 역임했다. 남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부임하기 이전인 2020년 롯데쇼핑 슈퍼사업부장을 맡았다.
당시 롯데슈퍼와 같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이커머스의 급부상과 할인마트 및 편의점의 점유율 확장 등에 끼여 크게 성장하지 못한 대표적 유통채널이다.
남 대표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남 대표는 롯데슈퍼를 이끈 2020년부터 3년 동안 흑자전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적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며 2019년 1039억 원이던 영업손실을 2020년 200억 원, 2021년 52억 원, 2022년 40억 원으로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가전 업계 전반적 불황이 이어지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체질개선 작업을 이어가며 가전양판점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