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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볕들 날'만 기다린다, 호텔신라 수익성 해쳐도 점유율에 투자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10-31 15: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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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볕들 날'만 기다린다, 호텔신라 수익성 해쳐도 점유율에 투자
▲ 호텔신라가 올해 3분기 면세유통(TR)부문에서 영업이익이 97%나 빠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질적으로 볼 때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뿌린 씨앗이 내년에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면세점사업에서 반등할 때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익성 하락을 무릅쓰면서까지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때를 내다보고 충성고객을 많이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힘들 때 뿌린 씨앗’으로 내년에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호텔신라 관련 분석리포트를 낸 증권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대폭 밑돌았던 주된 원인은 면세유통(TR)부문의 수익성 하락 탓이다.

호텔신라는 3분기에 영업이익 266억 원을 거뒀다. 이는 2021년 3분기보다 27.7% 높은 수준이지만 기존 증권사의 추정치 평균보다는 약 26% 낮은 수준이다.

호텔신라의 사업부문은 크게 면세유통부문과 호텔&레저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비중 모두 호텔신라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사업부문은 면세유통부문이다.

하지만 3분기 면세유통부문은 수익성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매출 1조1977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1년 3분기보다 매출은 40%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97%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호텔&레저부문은 3분기에 매출 1641억 원, 영업이익 260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48%, 영업이익은 2789% 급증했다.

호텔신라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결국 면세유통부문의 영업이익 감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호텔신라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치로만 보면 문제처럼 보이지만 질적으로 보면 ‘미래를 위한 투자’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3분기에 면세업계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수익성 하락의 주된 이유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세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분기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 탓에 따이공에게 얻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선 수수료도 덩달아 높아진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이어졌다. 면세점에서 파는 물건이 백화점보다 비싼 기현상은 기지개를 켜려던 면세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부진 사장이 꺼내든 전략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과거만 하더라도 면세품이 다른 유통채널에서 파는 제품보다 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상황에 고객들의 발길이 면세점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프로모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호텔신라는 외국으로 향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면세점에 입장만 해도 주는 혜택을 강화하는 등 점유율 확대 전략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성을 온전히 지키지는 못했지만 손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는 것이 호텔신라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사장의 전략은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전체 면세시장 규모는 달러 기준으로 2021년 3분기보다 14% 감소했다. 하지만 호텔신라 면세유통부문의 매출은 오히려 40% 증가했다.

호텔신라가 다른 면세사업자와 비교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사장이 이런 전략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향후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 신라면세점이 최대 수혜를 얻는 것이다.

우선 점유율이 높아지면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들여오기 위한 바잉파워(구매 협상력)가 강해진다는 점에서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이 긍정적 효과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신라면세점의 혜택을 체험한 고객들이 향후 신라면세점을 한 번이라도 더 둘러볼 여지가 커지지 않겠느냐는 점에도 호텔신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31일 호텔신라를 ‘글로벌 여행 재개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으며 “단기적으로는 출국 수요 위주로 시장이 회복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에 따른 국내점 실적 개선, 글로벌 트래픽 증가에 따른 해외 공항점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현재의 전략은 글로벌 여행 재개에 따른 수요 확대 시 호텔신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가 10월에도 유사한 흐름(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 면세유통부문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높아진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향후 어떤 전략을 펼쳐나갈 것인지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 고환율, 경쟁 가열 등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가 완화되고 해외 여행이 확대되면 실적 개선이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의 반응은 차갑다.

이날 호텔신라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28일보다 8.84% 급락한 6만5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 2020년 8월18일(-9.25%)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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