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농민 아닌 무자격 조합원도 조합장 선거에 참여하는 등 선거인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9년 3월13일 치러질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 관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195만여 명의 농협 조합원들이 전국 1천여 곳의 농협 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2015년 3·11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과거에는 농축협이나 수협, 산림조합 등 각 조합별로 각자 선거를 치뤘지만 2014년에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국 동시 선거로 바뀌었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법률에 의해 의무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선거다.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의무위탁 공공단체로 임원 등 임기 만료 전 180일인 9월21일부터 농협중앙회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선거인 관리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 조합장 선거의 선거인은 농협 조합원이다.
농협중앙회는 국정감사에서 7일 기준 전체 조합원 194만8481명 가운데 7만4872명이 무자격 조합원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만754명을 탈퇴 처리했고 2만4118명은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농협중앙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무자격 조합원의 규모만 전체의 3.84%에 이르지만 밝혀지지 않은 무자격 조합원은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농협중앙회의 실태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다가 지역 농협이 무자격 조합원의 탈퇴를 빨리 처리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월에는 안양농협이 무자격 조합원의 탈퇴를 유예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2015년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도 무자격 조합원은 논란거리였다. 무자격 조합원에 따른 선거 무효 소송만 30여 건이 제기됐다.
농협에서 무자격 조합원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영농 계획서’가 꼽힌다.
농협 조합원의 자격은 농업인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농협의 근거 법률인 농업협동조합법은 제19조에서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 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하며 둘 이상의 지역농협에 가입할 수 없다’고 직접 규정하고 있다.
다만 농업협동조합법 시행령에서 농지 수용, 천재지변, 가축 살처분 등 예외적 사유가 있으면 영농계획서 제출만으로 최대 1년 동안 농협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거나 1년이 지났는데도 실태 조사를 통한 탈퇴 등 처리를 하지 않으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협의 조합원이 되는 문제가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예외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협 조합원이 되면 정책자금 지원, 연금, 비과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무자격 조합원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외부로부터 지적받은 사항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지역 농협을 지도하는 등 조치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