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2019년 3월까지 5G를 상용화하려면 장비사 선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LG유플러스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9월 장비사 선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통신장비로 5G 상용화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 부회장은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화웨이 장비가 성능, 가격에서 다른 장비들보다 우수할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는 4G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호환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스파이칩’ 문제가 불거지면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는 LG유플러스에 비판적 목소리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의 주요 통신사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중국산 서버에서 스파이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서버 제품은 중국 슈퍼마이크로가 만든 것으로 KT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해킹 위험에 관한 의혹에 실제 사례가 더해지면서 하 부회장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임자인 권영수 부회장이 저돌적 추진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하 부회장은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라며 “여론의 방향에 따라 SK텔레콤과 같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 부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CJ헬로 인수다.
CJ헬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유선사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도약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0.89%인데 CJ헬로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23.99%로 뛰어올라 점유율 30.54%인 1위 KT와 규모 측면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
하 부회장은 취임 뒤 지속적으로 CJ그룹 측과 CJ헬로 인수를 위한 물밑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CJ헬로를 약 1조4천억 원에 매각하길 원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가 4분기에 CJ헬로 인수합병(M&A) 발표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CJ헬로 인수 이후의 전략수립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통신장비 선정과 CJ헬로 인수 등은 모두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히 검토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 부회장은 지난 8월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아 외부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현안 파악과 미래 전략 수립에 힘을 쏟았다. 이번 가을은 하 부회장에게 결단의 계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