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0-14 16: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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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에 강성 노조 집행부가 등장하면서 임단협 교섭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경영 정상화를 향한 항해도 한층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노조 집행부의 출범으로 노사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내 임단협 타결이 힘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에 당선된 신상기 노조위원장은 '현장 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현민투)' 출신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노동단체 4개 가운데 가장 강경 성향으로 꼽힌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노조에서는 '대우조선노조민주화 추진위(노민추)'가 역대 가장 많은 위원장을 배출했다. 전임자인 홍성태 전 위원장과 그 전임인 현시한 전 위원장 역시 노민추에서 나왔다.
노민추도 원래는 비교적 강성으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그 이미지가 많이 옅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등 온건한 태도를 보인 반면 현민투는 당시 '임금 반납 동의서 서명 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뚜렷한 강경노선을 유지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노사관계가 상대적으로 원만했다가 올해 들어 삐걱대고 있는데 현민투의 성향을 감안하면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만 봐도 1990년대부터 온건노선을 걸었지만 2013년 강성 현장조직 출신인 정병모 전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이듬해 '19년 무파업' 기록이 깨졌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10월 금속노조 가입을 앞두고 있다. 회사 측으로서는 수주에 속도가 붙어야할 중요한 시기에 노조와 협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경영이 정상화 궤도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 한참은 이른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5281억 원을 내면서 국내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이런 기조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금 실적은 2014년에서 2016년 따낸 수주분에서 나오고 있는데 수주 물량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면 인도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149억 달러치를 수주한 뒤 수주 실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선업 발주량이 전체적으로 급갑한 시기였지만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량은 조선3사 평균의 60-70% 정도에 불과했다.
올해는 국내 경쟁사들과 대등한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여전히 앞서간다고는 보기 어렵다. 9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누적 수주는 46억 달러로 조선3사 평균의 94% 정도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분야에서 전통적 강자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 명성에 다소 흠집이 갔다. 2004년 '카타르 LNG붐' 시절만 해도 압도적 수주를 따냈는데 2011년부터 격차가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오히려 현대중공업그룹보다 LNG운반선 수주가 소폭 뒤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대립이 파업으로 번지면 하반기 일감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주산업 특성상 노사관계가 안정적이어야 선주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간의 문제일 뿐 대우조선해양도 경쟁사들이 겪었던 외형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실적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쟁사와 수익성 차이’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