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에도 KB금융지주의 순이익 1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부터는 순이익 1위를 놓고
윤종규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가운데 순이익 1위를 지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가 종합한 증권업계 실적 전망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3분기에 순이익 948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5.7%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지주가 상반기에 낸 1조9150억 원을 더하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조8600억 원을 넘겨 올해 순이익이 3조5천억 원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출범한 뒤 역대 최대 순이익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순이익 3조 원을 넘긴 데 이어 2년 연속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KB금융지주에 뒤쳐진 것으로 추정됐다.
3분기에 순이익 8815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는데 KB금융지주보다 667억 원 적은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6771억 원으로 KB금융지주가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순이익보다 1861억 원가량 적다.
올해까지는 KB금융지주가 지난해에 이어 자산과 순이익 모두에서 무난히 1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는 1위를 지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했다. 내년 초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하면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의 14번째 자회사가 돼 순이익이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에 반영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은 3402억 원이다. 지분 59.15%를 보유한 신한금융지주는 2천억 원의 순이익 증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 격차인 1861억 원을 만회할 수 있는 규모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의 나머지 지분도 사들여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이 온전히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반영돼 KB금융지주를 여유있게 따돌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내년 금융지주 1위는
윤종규 회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1위 수성에 나서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인수합병 없이는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를 크게 앞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KDB생명이나 동양생명, ABL생명 등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윤 회장도 리딩 금융그룹 수성을 향한 의지를 확실히 내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9월 KB금융지주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진정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2위와 재무적으로 20∼30%의격차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1위 기업만 가질 수 있는 리딩 금융그룹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순위 경쟁에 매우 민감하다. 고객의 ‘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에서 쓰지 않는 ‘리딩’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10년 동안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가 9년 동안 사수했던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자산 규모로는 내년에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를 앞서게 될 것이 확실하다.
6월 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의 총 자산은 453조3천억 원으로 KB금융지주의 463조3천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31조5천억 원을 더하면 484조8천억 원으로 늘어나 KB금융지주를 제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