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항공사는 내년부터 소멸하는 마일리지의 사용을 돕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안내된 그랜드하얏트 인천 1박에 소모되는 마일리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사용 유도에 나서는 것을 놓고 마일리지 소멸에 따른 고객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가 가세가 나온다.
마일리지 사용 기한은 2008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무제한이었다. 내년에 처음으로 마일리지가 소멸되는 것이어서 소비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드는 마일리지가 막대한 데 비해 소멸 예정 마일리지는 많지 않다는 점을 놓고 보면 많은 고객이 마일리지가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액 사용처를 알아볼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들 역시 소액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들의 이런 행보가 오히려 고객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형항공사가 내놓는 방안들이 항공권 구입에 마일리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출발해 파리에 도착하는 대한항공의 항공권 현금 구입가격은 평일 비수기 기준 155만 원 정도다. 이 항공권을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구매하려면 7만 마일이 필요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마일당 22.14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그랜드하얏트 인천호텔에서 사용하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 그랜드하얏트 인천호텔에서 비수기 평일 1박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14만4천 원이지만 이를 마일리지로 구매하면 2만3천 마일이 소모된다. 1마일당 6.26원인 셈이어서 마일리지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해 할인을 받으면 2만 원 할인받는데 2800마일이 공제된다. 1마일당 금액으로 치면 7.14원에 불과하다.
인터넷에서 1만4500원에 판매되는 6개입 투썸플레이스 마카롱을 구매하는데 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2050마일이다. 역시 1마일당 금액은 7.07원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때 마일리지 가치의 1/3 수준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마일리지를 소액으로 사용할 때의 효율이 항공권을 구매할 때 보다 터무니없이 낮다보니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소멸을 기회로 마일리지를 헐값에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더해 본인의 마일리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델타항공, 브리티시에어 등 많은 해외 항공사들은 본인의 마일리지가 부족할 때 현금을 내고 마일리지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이 자유롭게 마일리지를 교환하거나 매매할 수 있다.
대형 항공사는 소액 사용처를 확대하는 것이 고객이 헐값에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주는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항공사 편에서는 고객의 마일리지가 그대로 소멸하는 것이 재무적으로는 더 이득이지만 소액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마일리지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 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형 항공사 마일리지는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보다 유효 기간도 훨씬 길고 사용처도 많다”며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