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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휘 룽투게임즈 대표 |
외국 모바일게임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핀란드 모바일게임회사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중국 모바일게임 ‘도탑전기’를 필두로 중화권 게임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국산 모바일게임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회사들은 외국 모바일게임에 맞춰 방송광고를 방영하는 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우려도 나온다.
◆ 외국 모바일게임이 국내시장 잠식
25일 기준으로 구글 게임플레이 매출 30위권 안에 모두 8개의 외국산 모바일게임이 포진해 있다. 외국에서 만든 모바일게임이 매출 상위권 가운데 25%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모바일게임도 외국산이 상당부분 장악했다. 25일 기준으로 구글 게임플레이 인기 무료게임 1위는 중국회사가 만든 ‘길건너친구들’이다. 30위권으로 따지면 모두 11개의 외산 게임이 순위에 들어갔다.
외국 모바일게임은 지난해부터 국내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중화권 게임제작사에서 만든 게임들이 국내에 대규모 출시돼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구글 게임플레이 매출 30위권 안에 든 게임 8개 중 5개가 홍콩, 대만,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국내의 게임 퍼블리싱회사들도 최근 외국산 모바일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국에서 이미 게임성이 입증된 상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모바일게임의 경우 최대 10억 원대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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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시오브클랜의 광고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
넷마블게임스는 중국 추콩이 만든 모바일게임 ‘질풍용자전’을 지난해 12월 국내시장에 ‘리버스월드’라는 이름으로 내놓아 좋은 실적을 냈다. 넥슨코리아도 지난해 7월 중국산 무협게임 ‘삼검호’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매출 3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 모바일게임회사가 직접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활발하다. 슈퍼셀은 지난해 3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퍼즐게임 ‘캔디크러쉬사가’로 유명한 영국과 스웨덴 게임제작사 킹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지사를 세웠다.
외국계 모바일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모바일게임시장은 규모에서 다른 국가보다 뒤질 지 몰라도 세계 최고수준의 모바일 통신망과 기기가 보편화된 곳”이라며 “이곳에서 통해야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 ‘도탑전기’ 밀물 타고 중국산 게임 속속 출시
중국 게임제작사 룽투게임즈가 만든 액션게임 ‘도탑전기’는 대표적 중국산 모바일게임으로 꼽힌다.
도탑전기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출시된 뒤 1일 평균 매출 35억 원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룽투게임즈는 2014년 약 9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룽투게임즈는 가이아모바일을 통해 지난해 12월 도탑전기를 국내시장에 내놓았다. 도탑전기는 현재 애플 앱스토어 게임부문과 구글 게임플레이 양쪽 모두에서 매출 10위권 안팎의 안정적 실적을 보이고 있다.
룽투게임즈는 도탑전기를 출시할 때 방송부터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로 광고를 내보내며 국내시장 확대에 공을 들였다. 양성휘 룽투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 게임제작사들에 대한 투자제안 등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룽투게임즈는 올해 상반기에 한국지사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국내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교육기업 아이넷스쿨이 이달 초 실시한 21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홍콩법인을 통해 참여해 대주주에 오른다.
룽투게임즈 외에도 여러 중화권 모바일게임회사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대만계 게임제작사인 에프엘모바일은 지난해 2월 한국지사를 설립해 모두 3종의 게임을 내놓았다. 중국 쿤룬과 추콩은 각각 2009년과 2013년 한국지사를 세우고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고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게임은 그동안 한국보다 게임성이 떨어졌는데 지난해부터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며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국산게임과 중국게임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케팅비용에 허리 휘는 국내 게임제작사
국내 모바일게임회사들은 외국 모바일게임의 공습에 대규모 마케팅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회사들은 지상파채널에서 방송광고를 시작해 외국계 게임회사들의 광고세례에 맞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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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지난 6일부터 자사의 모바일메신저 '라인'에 쓰이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모바일게임 '라인레인저스' 방송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
네이버는 지난 6일부터 모바일게임 ‘라인레인저스’의 방송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라인레인저스는 지난해 2월 출시돼 누적 다운로드 건수 2500만 건을 넘겼으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광고 덕분에 25일 기준으로 구글 게임플레이 인기무료게임부문 8위에 올랐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 1위 기업인 컴투스는 대표작 ‘서머너즈워:천공의 소환사’의 방송광고를 2월 중순 선보였다. 올해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네시삼십삼분도 이달 초 모바일게임 ‘영웅’의 방송광고를 시작했다. 넷마블게임즈와 게임빌 등도 방송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국내 게임제작사들은 슈퍼셀이 클래시오브클랜 광고에 약 200억 원을 투자해 매출을 급속도로 끌어올리자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다. 방송광고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고 출시한 지 오래된 게임에도 이용자가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게임이 대중화하면서 신작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오래된 게임이용자도 꾸준히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클래시오브클랜의 성공으로 방송광고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중소규모 게임제작사는 마케팅 전쟁에 치여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기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게임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도 앱스토어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회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외국계 모바일게임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지만 결국 큰 회사만 남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