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주가 하락으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본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가는 최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가까이 떨어졌다.
 

우리은행 주가는 11일에 전날보다 4.72% 떨어진 1만6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지지수가 2017년 4월12일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인데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지주사체제 전환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1만6079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의 합병이나 영업양도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하는 사안을 놓고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정해진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회사는 권리가 행사된 뒤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회사는 그만큼의 자본을 준비해야 하므로 자본 부담이 커진다. 만약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의 비율이 15%를 넘어간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분 이전 절차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체제 전환 과정에서 자본 부담과 관련해 이미 ‘표준 등급법’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은행의 특성이 반영된 내부 등급법이 아닌 표준 등급법을 사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거에는 은행이 내부 등급법을 쓰고 있으면 그대로 적용을 인정하는 특례 규정이 있었지만 2016년에 일몰됐기 때문이다.

표준 등급법과 내부 등급법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제시한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 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표준모형을 따를지 은행 자체적으로 구축한 모형을 따를지 차이가 있다.

증권업계는 우리은행이 표준 등급법 적용을 받으면 위험가중 자산이 35~40% 늘어나면서 자기자본비율이 4.1~4.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바라본다.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자기자본을 위험가중 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낮을수록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자본 건전성 지표의 값이 낮아지면서 우리은행은 지주사체제 전환 뒤 증권사, 보험사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다시 내부 등급법을 승인 받으면 자기자본비율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자기자본비율 개선 전까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합병(M&A)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자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주가를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에만 수차례 자사주를 매입했고 국내 기업설명회(IR)은 물론 5월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9월에는 런던과 스톡홀름에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제체로 전환되면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은행 직원들도 우리사주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5.6%에 이를 정도로 회사의 성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우리은행의 주가 전망은 나쁘지는 않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올해 40.6%의 이익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우리은행 주식은 4.1% 수준의 높은 배당 수익률이 기대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