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T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을 ‘구글세’ 도입 논의가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점도 구글세 도입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국감을 계기로 부처 합동조사를 통해 구글세와 관련된 세법 개정이나 신규 세목의 도입을 검토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구글세는 해외 IT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유한회사 대상의 과세제도를 일컫는다. 구글 등 해외 IT기업들이 여러 나라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납세를 피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영국이 2014년 ‘우회수익세’를 앞세워 구글세를 처음 적용했고 유럽연합도 2020년 도입을 추진하는 등 해외에서 관련 제도가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구글세를 도입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장애물이 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관련 사안에 신중한 태도를 지켜왔다.
그러나 해외 IT기업이 국내에서 거두는 매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이번 국감에서 태도를 바꿀 조짐을 나타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국감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외국 기업의 과세 문제를 논의하고 함께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애플리케이션의 마켓 수수료 등은 국제적 과세 기준과 관련해 단독으로 과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해외 IT기업의 매출 등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기업의 한국 법인이 실적 공시의무를 지지 않는 유한회사라 과세에 필요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점을 감안한 말로 보인다.
구글코리아가 2017년 매출 2600억 원을 신고해 세금 200억 원 정도를 납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는 구글코리아의 실제 매출이 5조 원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네이버가 매출 4조6785억 원에 따른 법인세 4천억 원, 카카오가 매출 1조9723억 원에 따른 법인세 1700억 원을 냈던 것과 비교된다.
망 사용료와 관련해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매년 수백억 원을 각각 쓰는 반면 해외 IT기업들은 관련 비용을 내지 않거나 매우 적게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0일 국감에서 “외국 사업자는 망 사용료 부담이 없어 초고화질 서비스를 마음껏 제공한다”며 “우리는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하면 망 사용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경쟁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창업주가 2017년 국감 당시 “페이스북과 구글은 돈을 많이 벌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동시에 고용도 없고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작심 발언’을 했던 데 이어 2018년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 셈이다.
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구글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감 이후 관련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IT사업자는 해외 회사라 해도 국내에 서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개정안 3개를 발의했다.
김성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구글세와 관련된 토론회를 각각 진행하면서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