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공식 웨이보 계정에 올린 사진. |
팀 쿡 애플 CEO가 중국을 방문해 현지 매장을 둘러보고 애플 기기 사용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소비자와 친숙한 모습을 보이는 데 공을 들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애플을 비롯한 미국 브랜드에 반감이 커진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10일 외신을 종합하면 쿡 CEO는 최근 중국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계정에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쿡 CEO는 상하이의 한 요가학원에서 애플워치의 운동 측정 기능을 활용하는 사용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하이의 애플스토어를 방문해 현지 매장 상황도 직접 점검했다.
아이폰XS맥스를 활용해 사진을 찍는 현지 사진가의 작품을 칭찬했고 애플워치로 상하이의 대중교통에서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중국에 9월 말 출시된 아이폰XS시리즈와 애플워치4의 판매 확대에 힘을 싣기 위해 직접 홍보에 나선 셈이다.
전자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팀 쿡 CEO가 최근 불붙은 중국의 서버용 '해킹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중국으로 가서 이미지 회복에 힘쓰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에서 조립돼 애플과 아마존 등 미국 IT기업으로 공급된 일부 서버 제품에 중국 정부로 정보를 유출하는 해킹칩 반도체가 설치돼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애플은 이런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블룸버그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모두 애플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일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으로 관세 부과 등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 만큼 미국을 향한 중국 소비자의 반감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프로펫서베이의 중국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애플은 지난해 5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1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쿡 CEO가 중국에서 직접 애플의 서버 공급망을 점검하고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대응에 주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애플의 2분기 전체 매출에서 약 18%의 비중을 차지한 중요한 시장이다. 세계 1위의 스마트폰시장이라 애플의 성장 잠재력도 가장 큰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새 스마트폰 '아이폰XR'과 아이폰XS시리즈를 출시하며 중국 소비자들에 인기가 높은 듀얼심 기능을 모든 모델에 적용하는 등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데 힘을 쏟았다.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아이폰6S시리즈가 출시된 지 3년이 지나 수많은 아이폰 소비자의 교체주기가 다가온 점도 올해 새 아이폰의 판매 확대가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과 무역 분쟁에 따른 소비자의 부정적 반응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쿡 CEO는 멀어지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아이폰XS시리즈와 아이폰XR은 애플이 확실하게 중국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제품"이라며 "최근 중국에서 부진했던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중국의 서버 해킹칩 논란은 애플과 중국의 관계에 큰 피해를 입힐 만한 사건"이라며 "쿡 CEO가 논란을 잠재우고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