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검찰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카드를 꺼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데다 검찰이 현직 금융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이 현직 금융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조 회장 사례가 처음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각각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아 채용비리 혐의를 벗었다.
검찰은 윤 회장과 김 회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이런 ‘선례’에 비춰 인사 담당 실무자가 기소되는 선에서 그치고 조 회장은 무혐의 또는 최악의 경우 불구속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신한금융 안팎에서 우세했지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 회장은 12~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검찰의 이런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일정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조 회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에서 한동안 한발 비켜서 있었지만 1년 여가 지난 지금 오히려 가장 궁지에 몰린 셈이 됐다.
조 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도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고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이에 관련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조 회장을 대상으로 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일 오전에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조 회장은 12~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10일 저녁에 출국하기로 돼 있었지만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국회 국정감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칼끝에 서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등이 불거진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및 부동산신탁회사 확보 등에도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검찰은 조 회장을 끝으로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신한생명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로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넘겨야 할 위기가 계속 직면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경영 시계가 한동안 멈출 가능성도 있다”며 “예상 밖의 사태인 만큼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