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오랫 동안 투자했던 2차 전지사업에서 알찬 결실을 거두고 있다.
소형 전지는 물론이고 중대형 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전지 등 모든 2차전지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19년에 중대형 전지부문에서도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삼성SDI는 내년에 중대형 전지부문에서 영업이익을 적게는 83억 원에서 많게는 1920억 원 규모로 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SDI는 그동안 소형 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용 전지에서는 이익을 올렸으나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쓰이는 중대형 전지에서는 영업손실을 봤지만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다.
최근 중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유럽의 전기차 보급 유도 등 세계 각국의 정책 변화로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높이기 유리한 시장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부터 일정 주행거리를 확보한 전기차기업에만 배터리 보조금을 제공하는 새 정책을 내놓는 등 부실 기업을 솎아내고 보조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이런 시장 변화에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떠오른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고품질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역량을 가진 업체가 제한적 상황에서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공급자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라며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유럽시장에서도 점차 전기차 배터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초 폭스바겐 e-골프와 함께 BMW 530e, 포르쉐 파나메라 등 해외 고급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며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이 최근 시행한 환경 규제에 맞춰 완성차기업들이 전기차 생산 목표치를 높이고 있는 점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 성장에 앞으로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삼성SDI는 이에 발맞춰 현재 15GWh 규모의 중대형 전지 생산능력를 2020년까지 35GWh~40GWh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시설 확충을 위해 연간 2조 원 수준의 투자금이 발생하겠지만 중대형 전지 매출이 매년 3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서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없음에도 소형 전지나 에너지저장장치용 전지사업에서 2차전지사업 전체를 뒷받침해주는 수익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소형전지는 많은 이익을 내면서 2차전지 성장을 이끌었는데 최근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SDI의 리튬이온 전지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전기차와 드론, 모빌리티, 가든 툴과 같은 생활용 전동공구로 활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또 삼성SDI는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의 차세대 전기차에 삼성SDI의 소형 전지 가운데 하나인 원통형 전지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 2차전지의 원재료 가격 하락도 삼성SDI의 수익성 개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시한이 임박하면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경영환경이 악화해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코발트와 리튬 가격은 모두 일 년 동안의 최고점보다 각각 23.5%, 54.2% 하락했다.
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코발트 국제 가격은 5일 1톤당 5만7천 달러로 집계돼 6만 달러를 밑돌았다. 코발트 가격은 3월21일 1톤당 9만55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래 6개월 보름여 만에 40% 넘게 떨어졌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 1kg당 155위안에서 9월21일 71위안까지 떨어졌다.
삼성SDI 2차전지사업 호조의 기대감으로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9월27일 삼성SDI 주가는 2차전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52주 신고가(26만3500원)를 찍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