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10-07 07:3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하반기 채용시즌을 맞아 취업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런 흐름에서 비껴간 이들도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장애인을 채용하느니 벌금을 내겠다’는 기조를 보였는데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등이 장애인 채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로고.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등이 장애인 채용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9월5일부터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현대정보통신 등 12개 계열사에서 정규직을 뽑고 7개 계열사에서 계약직으로 장애인 직원을 뽑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도 장애인 채용을 확대한 특별채용 전형을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장애인 채용비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3.4%를 훨씬 넘었고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도 장애인 고용률이 3%를 넘는다.
롯데하이마트도 2014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꾸준히 늘린 덕분에 현재는 장애인 직원 수가 2014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전체 노동자 가운데 2.9%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가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런 덕분에 롯데그룹은 자산총액 상위 30대 기업집단에 든 유통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 저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신세계그룹도 이마트와 스타벅스코리아를 앞세워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올해 3월 상생채용 박람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대표적 유통회사인 이마트는 올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처음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마트는 2015년 장애인 30명을 채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74명을 고용했고 올해는 100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이마트는 올해 모두 900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들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주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서울맞춤훈련센터와 연계해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차별하지 않고 승진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률이 3.2%에 이르렀으며 그 해에만 102명의 장애인을 새로 채용했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률이 1.02%에 그쳐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의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장애인 채용에 계열사별 온도차를 뚜렷하게 보인다.
현대캐터링시스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률이 0.52%에 그쳐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명단에 올랐다.
반면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장애인 고용 모범 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그린푸드는 장애인 고용률이 3.0%에 이르며 장애인 채용 및 근무 지원 프로그램인 그린 메이트를 통해 근로시간 조정, 복리후생제도 등 제도적 지원도 이어왔다. 또 장애인을 고용한 협력회사로부터 상품을 구매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유통회사의 ‘공룡’으로 불리는 이들이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는 것은 사회적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개발할 여유도 있다는 점에서도 유통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장애인 노동자를 뽑는 것보다 고용 부담금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며 “일단 장애인을 채용한 뒤 오직 보조 역할만 맡기는 사례가 많아 장애인의 평균 근속 기간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장애인에 적합한 직무와 인력운영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공개한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민간사업체 부담금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1천 개 민간 기업이 납부한 장애인 고용 의무 부담금 총액은 모두 5750억 원이다.
2013년 982억 원에서 지난해 1399억 원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해마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높이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이런 규제를 따르기보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송 의원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의무 고용률과 부담 기초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 고용 관련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이 사회 취약계층인 장애인 고용에 앞장 서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