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16년 12월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거침없는 발언으로 기업 개혁의 소신을 밝혀왔지만 공적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기에는 너무 독단적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선임되지도 않았는데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히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은 기금운용본부장에 주 전 사장이 결정됐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성명을 내고 “주 전 사장에게 국민연금을 맡길 수 없다”며 “한화투자증권을 맡을 때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희망퇴직을 밀어붙였던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공익적 가치에 맞게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국민연금공단이 바로 주 전 사장 선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경진 국민연금 노동조합 위원장은 5일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자들에게 “기금운용본부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데 주 전 사장은 자기 개성이 강해 적합하지 않다”며 “평판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할 만한 자격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주 전 사장이 독단적 행보를 보여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노동조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독선적 성향을 지닌 인물이 와선 안 된다”며 “투자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선적 의사결정을 행사한다면 투자의 실패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기획국장은 “주 전 사장이 증권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경영했고 한화투자증권 직원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잘 안다”며 “주 전 사장은 증권가에서 전무후무한 정리해고를 밀어붙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한화투자증권을 이끌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는 등 소신껏 행동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했다.
한국 기업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해 기업 개혁에 적합하다는 평가받고 있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한국 재벌들을 조직폭력배에 비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 전 사장의 소신 발언과 경영 스타일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 전 사장이 2013년 증시 불황 등으로 한화투자증권에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도 인력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실제로 정리해고가 일어나는 일은 매우 드문데 주 전 사장은 희망퇴직으로 377명을 회사에서 내보낸 데 더해 희망퇴직을 거부한 7명에게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한편으로 주 전 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데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기업경영 감시를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 전 사장은 저서나 소셜네트워크 등에 외부 충격요법 등을 동원해 꾸준히 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업경영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주 전 사장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말도 나온다.
주 전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내 여당과 거리가 가깝지만 방송 등에서 ‘경제정책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기대하는 게 없어서 조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등의 쓴소리에 거침이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가 길어지면서 누가 선임될지에 관심도 커지는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에 있을 국민연금의 국정감사 전까지는 선임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5일 “기금운용본부장 후보 검증 작업이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특정 후보의 임명 제청이 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국민연금 국정감사 전에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