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니스톱을 끌어안아 이마트24 성장에 속도를 내려는 것일까?
정 부회장은 이마트24를 키우기 위해 미니스톱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인수전의 승자가 돼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 인수전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미니스톱은 9월 말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예비입찰을 진행했는데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만 예비입찰자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실사하고 나면 11월 경 본입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이 애초 계획과 달리 미니스톱을 인수해 이마트24를 서둘러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31일 ‘신세계그룹과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경쟁사(미니스톱)를 인수합병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CU와 GS25 등 5개 편의점 가맹본부모임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율 규약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편의점사업 전략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일정 거리 안에 브랜드와 관계없이 편의점을 신규 출점하지 말자는 내용의 근접 출점 자제 규약을 만들면 이마트24는 신규 점포를 출점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
이마트24는 점포당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한 회비를 받기 때문에 점포 수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접 출점 제한 규약으로 이마트24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지만 이런 규약이 현실화한다면 이마트24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마트24가 흑자 전환하려면 점포 수가 최소 5천 개에서 6천 개는 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2017년부터 해마다 편의점 점포수를 1천 곳 이상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에 따라 이마트24 점포 수는 2017년 말 2652개점에서 올해 8월 말 3413개곳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규제가 현실화하면 이런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미니스톱 점포 수는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2500여 개에 이른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마트가 거느린 편의점 수는 단숨에 5900여 개점으로 불어나 신규 출점을 하지 않고도 김 대표가 목표로 삼은 손익분기점에 성큼 다가설 수도 있다.
이마트는 2013년 말 위드미를 인수한 뒤 편의점사업에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손실 1600억 원 규모를 봤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핵심 축으로 편의점 사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말하며 편의점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은 전국 도심과 골목상권 곳곳에 들어서 있는 데다 24시간으로 운영되고 있어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서비스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해 생활반경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부회장이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해도 가맹점주의 반발에 부딪혀 이마트24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롯데그룹은 2010년 토종 편의점 브랜드 바이더웨이를 인수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간판 바꿔달기를 원하지 않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8년째 간판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편의점사업에서 바이더웨이를 흡수한 것을 두고 '계륵'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자칫 이마트24도 같은 전철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니스톱의 수익성이 나쁜 데다 매각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점도 인수의 걸림돌로 꼽힌다.
미니스톱은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기준으로 0.22%에 그쳐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24가 섣불리 미니스톱을 삼켰다가 오히려 전체 편의점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니스톱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은 매각 희망가로 4천억 원 중반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황 부진 등을 고려하면 매수자는 3천억 원대가 미니스톱 매각가로 적정한 것으로 보고 있어 매수자와 매도자의 시각차이가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