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과 '회의 자문료 의혹'과 관련한 해명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통령의 연차를 삭감하고 식사비를 사비로 치르게 한 깐깐한 관리자.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비서관이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의혹에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자칫 먼저 문제를 제기한 쪽이 카운터펀치를 맞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30일 정관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업무추진비 폭로와 관련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대상자와 식사 메뉴까지 포함해 자세히 전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27일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업무추진비 전수조사 결과 부적절한 사용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 의원이 2일 열리는 대정부질문에 질문자로 나서 추가 자료 공개 등을 예고하자 이에 맞서 대대적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은 28일 직접 브리핑을 통해 심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비서관은 회의수당 지급과 업무카드 사용 등이 부당한 지출이 아니었으며 예산지침과 규정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비서관은 깐깐하고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정통 관료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서 예산 편성과 집행을 철저히 해 담당자들 사이에서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청와대 살림을 관장하는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심복이 맡는 일이 많다. 박근혜 정부 때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하나로 불렸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고 권한도 막강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7급에서 시작해 1급까지 올라가 기재부 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딱히 인연이 있지는 않다. 참여정부 시절 변양균 전 정책실장을 따라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정도가 전부다.
이 비서관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총무비서관 자리를 예산과 재정 전문 공무원에게 맡겨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말대로 이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엄격한 예산관리 원칙을 적용했다. 2017년 5월25일 브리핑을 통해 2017년 청와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42% 절감해 집행하고 2018년 예산은 31% 축소해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공식행사를 제외한 가족 식사비용, 사적 비품 구입 등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이외에 개인적 가족 식사 등 비용은 대통령 사비로 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또 문 대통령의 취임 첫 해 연가 일수를 21일에서 14일로 줄였다. 문 대통령이 5월에 취임했기 때문에 연차의 3분의1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결국 청와대 재직자 모두 동일한 연가 지침이 적용됐다.
이처럼 엄격한 이 비서관이기에 심 의원이 제기한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의혹을 정치적 공세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비서관이 전수조사 자료 공개로 ‘팩트 체크’를 벼르면서 심 의원과 자유한국당이 맞게 될 역풍이 더욱 거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히 심 의원의 문제 제기 차원을 떠나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정국 대결 양상으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역풍은 이미 불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심 의원이 국회 부의장을 지내면서 사용한 6억 원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심 의원이 19대 의원 시절 두 차례 회의에 참석하고 9천만 원의 회의비를 받아갔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심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에 허점이 드러난다면 이 비서관이 그간 쌓아온 철저하고 엄격한 이미지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비서관이 적법한 예산 집행이었음을 항변해온 만큼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안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