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 경제지표가 좋지않아 연내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미국의 경제지표와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을 고려해 이번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8월24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2019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임금과 고용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점진적이고 추가적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비판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월 의장의 긴축정책 의지는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2.25%가 된다.
한국은행이 2017년 11월에 기준금리를 1.5%로 높인 뒤부터 계속 금리를 동결했으므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0.75%포인트의 금리 차이는 2007년 6월 이후 11년3개월 만의 최대 금리 차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미국과 금리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높아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노출되면서 외국계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로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국내 기준금리를 높일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는 점이 이 총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고용 부진이 금리 인상 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국내 취업자 수는 2690만7천 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3천 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경제 성장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이 10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더 낮출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9%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국내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높였다가는 경제 성장을 더욱 둔화시킬 수도 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도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소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놓고 “물가와 경기지표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계속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문제와 금리 인상을 놓고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발언한 점은 이 총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 총리의 발언으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정치·경제적 상황사이에서 더욱 부담이 커져버린 것이다.
이 총재가 중립적 판단의 결과로 금리를 인상해도 총리의 한 마디에 그동안 동결해온 금리를 바로 올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고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과 11월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를 남겨놓고 있다.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27일 새벽에 발표된다.
한국은행은 27일 오전에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미국 공개시장위원회의 회의결과가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