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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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문제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10월1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연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은행계 금융지주 7곳의 이사회 의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장이 각 업권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는 일은 자주 있지만 금융회사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원장은 그동안 금융회사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던 만큼 이런 당부를 각 이사회 의장들에게 전하며 금감원의 의지를 대내외에 거듭 알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각 금융회사의 이사회에 최고경영자가 끼치는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 사외이사가 다시 지주 회장을 추천하는 ‘순환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경영 유의사항과 금융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에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을 담으며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 등을 강조해 왔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최고경영자의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늘리면서 반대로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사회 소위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꾸려졌을 때 이들 역시 견제를 받지 않으면 또다른 권력이 되고 그룹 내부 인사와 사외이사 사이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KB사태’를 겪은 뒤 사외이사의 권한을 축소하도록 유도해 왔는데 기준이 급작스럽게 반대로 바뀌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KB사태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고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 이사회가 은행 경영진과 상임감사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사외이사가 전권을 휘두르며 장악한 이사회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외이사들이 ‘권력화’되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들이 사외이사에게 ‘줄대기’를 시도하는 등 새로운 세력 다툼이 생겨나고 상대적으로 현직 최고경영자의 입지가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사외이사들은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내부 임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업무 파악도와 현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사외이사로만 꾸려진 이사회 소위원회가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사외이사의 활동을 평가하는 전문검사역을 신설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사외이사의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내 경영진과 임직원의 평가에 기댈 수밖에 없는 데다 외부기관이 금융회사 이사회에 일일이 참석해 평가하는 구도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낮추고 사외이사의 권한을 키우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사외이사의 권력화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 지가 고민되는 지점은 맞다”며 “앞으로 금융당국과 협의해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