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임업을 통해 산림분야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첫 단추를 끼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뜻을 모으면서 SK임업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국내 경제인들과 북한 경제관료들과 만남에서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은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산림은 제재의 예외조건인 ‘비상업적 공공인프라사업’의 성격이 강해 기업 투자가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산림녹화사업 등 산림 협력을 본격화할 때 SK임업이 민간 용역회사로 참여해 숲을 조성하고 관련 노하우도 전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K임업은 국내에서 숲을 조성하는 ‘조림’사업을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4460헥타르 규모의 숲을 조성했고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의 조림사업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과 임산물 거래 등 조림과 연관된 수익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임업회사 가운데 흔치 않은 대기업 계열사라 향후 다른 계열사나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기도 쉽다.
2012년 산림청과 손잡고 북한과 비슷한 기후와 토양조건을 지닌 강원도 고성 초지에 탄소 배출권용 숲을 조성하는 등 북한 조림사업에 적합한 경험도 쌓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산림 분야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하면서 빠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SK임업이 남북 경제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 면적은 1990년 820만 헥타르에서 2015년 503만 헥타르로 줄었다. 25년 만에 전체 산림의 40% 정도가 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훼손된 산림 복구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7월 현지 시찰에서도 “산림 복구는 현재 가장 중차대하고 먼저 진행해야 할 정책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4.27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부의 산림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산에 나무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이번 평양 공동선언에도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북한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 특별수행단 가운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을 묘목을 키우는 양묘장에 데려간 점도 산림분야의 경제협력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최 회장도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만났을 때 “(북한에) 11년 만에 오니 많이 발전했다”며 “건물도 높아졌지만 나무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SK임업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첫 단추를 끼운다면 아버지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이 남한의 산림녹화에 기여한 것을 이어받아 북한의 산림녹화에 힘을 보태는 성과를 쌓게 된다.
최 전 회장은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운다’며 1972년 SK임업을 세웠다. SK임업을 통해 서울 여의도의 13배 면적에 이르는 숲을 가꿔 산림청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