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XS' 시리즈에 올레드 패널을 공급해 거두는 성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차기 아이폰에 올레드 탑재 모델의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가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애플의 올해 새 아이폰 가운데 LCD 모델 판매량이 가장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레드 아이폰 비중은 4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 출하량이 모두 3600만 대 정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아이폰X 출하량은 2900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 아이폰X가 11월 초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아이폰XS 시리즈의 초반 판매량도 그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해 수조 원을 들여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 등 지난해까지 막대한 투자를 벌였다.
하지만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X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자 올해 상반기에 공장 가동률이 절반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지며 고정비 부담이 커져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LCD 패널을 탑재해 가격을 낮춘 아이폰XR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어 애플의 올레드 수요가 줄어든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스마트폰업체도 올레드패널 등 고가 부품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확대에 고전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마땅한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실적을 반등하려면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LCD 대신 올레드 패널을 탑재하도록 적극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애플이 올해 LCD 아이폰을 주력으로 앞세우겠지만 2019년 출시할 새 아이폰에 올레드 패널 채용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LCD와 비교해 여전히 2~3배 정도 높은 올레드 패널의 가격이 걸림돌로 꼽힌다.
최영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내년부터 모든 아이폰에 올레드 탑재를 결정한다면 중화권 업체들도 빠르게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애플이 아직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은 미정인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올레드 채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공급 가격을 LCD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낮추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 패널 과잉 생산 문제를 겪고 있어 애플에 공급가격 인하를 어느 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에 공급하는 올레드 패널 가격을 지난해보다 소폭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더 낮춘다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과 스마트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효과적 전략이 될 공산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가격을 낮춘다면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애플에 올레드 공급을 적극 추진하는 기업들의 의지를 꺾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생산능력과 수율이 모두 크게 앞서 원가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모든 아이폰에 올레드 탑재를 결정해도 충분히 물량을 공급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며 "애플의 전략이 중소형 올레드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