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9-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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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해양사업의 운명이 달린 승부를 앞두고 있다. 로즈뱅크 수주전 결과를 받아들 날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수주를 뺏겼다가는 해양사업 일감이 1년 밖에 남지 않는 시한부로 몰리게 된다. 앞으로 해양사업 수주전의 승기를 싱가포르 조선사들에 내줘 더욱 고전할 수도 있게 된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로즈뱅크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입찰 결과가 이르면 추석 전, 늦어도 10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각각 엔지니어링회사와 팀을 이뤄 경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워낙 접전이라 결과를 내다보기 힘들다”며 “현재로서는 승률이 절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즈뱅크 해양설비는 글로벌 석유회사 셰브론이 발주하며 계약 규모는 2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가 73억 달러인데 수주하면 목표의 25% 가량을 단번에 채워넣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수주잔고가 1개밖에 남지 않았다. 2020년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설계 기간을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 수주를 못하면 일감이 끊긴다.
더욱이 로즈뱅크 수주전이 향후 싱가포르 조선사들과 경쟁에서 우열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셈코프마린에 요한 카스트버그 해양플랜트를 내줬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부구조물을 빼고 선체만 분리발주돼 타격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로즈뱅크 해양설비는 통째로 주문하기 때문에 그 때와 사정이 다르다. 로즈뱅크 해양설비는 조선사가 선박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될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조선사들은 분리 발주나 개조 등 소형 프로젝트는 많이 따냈지만 아직 대형 프로젝트는 경험이 부족하다. 이런 싱가포르 조선사에 대우조선해양이 턴키 발주에서 밀리게 되면 세계 조선시장에서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턴키 발주에서도 싱가포르에 패배하면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로즈뱅크 수주전은 국내 조선사가 싱가포르 조선사와 가격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에 관한 판단을 내려줄 프로젝트”라고 바라봤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로즈뱅크를 따내더라도 또 다시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국내 조선3사는 서로 기술력이 비슷한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로즈뱅크 수주전에서 탈락한 점은 저가 수주 의문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요한 카스트버그 수주전에서도 조선3사 중 가장 낮은 5억7500만 달러를 써낸 사실이 알려져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셈코프마린은 이보다 무려 1억 달러 이상이 낮은 4억9천만 달러를 적어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셈코프마린의 저가 공세가 그 정도인데 대우조선해양이 로즈뱅크를 따낸다면 얼마나 적은 가격을 낸 것이겠느냐”며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요한 카스트버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말도 있다. 지난해는 셈코프마린이 설비 확장을 해서 일감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공격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금은 셈코프마린이 굳이 무리한 저가를 밀어붙일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우리가 이기면 저가 수주 때문일 것이라고 단정짓는 건 말이 안된다"며 "기본적으로 해양사업은 이익을 낼 수 없으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수주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