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CEO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앞선 데 이어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여기는 듯하다.
14일 독일 일간지 벨트에 따르면 유 CEO는 최근 벨트와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애플을 뛰어넘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젠 세계 1위 달성을 숙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인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것도 정해진 운명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가트너 등 다수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분기에 처음으로 애플을 뛰어넘고 세계 2위로 발돋움했다. 1위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불모지로 꼽히던 유럽시장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에 집중해 불과 2~3년 만에 거둔 성과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배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유 CEO는 접는(폴더블)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 등 차세대 제품에서 화웨이가 충분히 앞서나갈 것이라며 기술 우위 확보에도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웰트를 통해 "올해 안에 접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기술의 진화를 증명하겠다"며 "5G 스마트폰의 등장도 시장 지배력을 높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을 비웃는 광고까지 내걸 정도로 여유를 보이고 있다.
애플이 12일 아이폰XS와 아이폰XR 등 새 스마트폰을 공개하자 화웨이는 이튿날 공식 트위터에 "매년 비슷한 스마트폰을 내놓는 업체들이 있다"며 "우리가 진정한 영웅이자 혁신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를 출시했을 때도 "진정한 발전이란 이런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략스마트폰 'P20프로'의 이미지를 공개하는 광고를 내걸었다.
강력한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두려워하기보다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이들과 경쟁을 자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유 CEO는 화웨이가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세계 1위에 오를 구체적 시기를 제시할 정도로 빠른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확신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 CEO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화웨이는 2019년 4분기에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2016년 말에도 "늦어도 2년 안에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다. 당시 화웨이 점유율이 애플의 절반 수준에 그쳤던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화웨이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약 1년반 만에 목표 달성에 성공한 만큼 내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유 CEO는 1993년 화웨이에 입사한 뒤 통신장비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유럽법인장과 최고전략마케팅책임자를 거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소비자사업부문 CEO에 올랐다.
처음 스마트폰사업을 맡은 2012년 연간 3200만 대에 그쳤던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약 1억5천만 대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 전체 출하량만 9500만 대에 이른다.
유 CEO는 웰트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1위 스마트폰업체를 넘어 소비자에 최고의 혁신을 보여주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등 분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