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7일 인도 현지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통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모빌리티 지향점과 역할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최근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밝힌 현대자동차 그룹의 미래상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무게 중심을 자동차 생산에서 정보통신기술(ICT)로 옮기는 데 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1년 동안 투자를 하거나 기술협업 계약을 체결한 회사들을 살펴보면 자동차를 단순히 조립하고 생산하는 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율주행과 관련해 현대차는 미국 ACM, 오로라, 중국 딥글린트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인 글로벌스타트업과 중국 바이두 등과도 손을 잡고 있다.
차량 공유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7월 호주 차량 공유기업인 카넥스트도어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8월에는 인도 레브와 협력하기로 했으며 11일에는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하는 기업인 미고의 지분도 취득했다.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한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미국 모빌리티시장에도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은 2017년 말부터 현대차와 외부기업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는 데다 협력분야도 위탁생산과 조립공장 건설뿐 아니라 차량 공유와 연료전지, 자율주행, 전기차 인프라 등으로 다양하다.
내부 연구개발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어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과거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해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데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화두가 된 미래 자동차시장과 관련한 여러 정보통신 기술을 확보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투자와 인수합병 등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외부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기업 가운데 미래 성장을 위한 비전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며 “기술 투자와 제휴에 근간을 두고 있는데 이 전략이 더욱 구체화하면 현대차그룹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전략 변화를 알리는 데도 거침이 없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2018’에 참석해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당시 “누가 먼저 변화하는지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 같다”며 “(현대차는) ICT기업보다 더 ICT를 잘 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파트너는 IT기업이라고도 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친환경과 자율주행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과거 완성차기업들만 경쟁했던 자동차시장은 현재 구글과 애플 등 첨단 IT기업들과도 싸워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등 글로벌 차량 공유기업이 등장하면서 자동차의 이용 방식도 소유에서 공유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과거 대중에게 경쟁력을 지닌 차량을 비교적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글로벌 5위 완성차기업에 올랐지만 더 이상 이런 성장전략이 유효하지 않다고 정 부회장은 내다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모두 8건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2016년(4건)이나 2017년(5건) 투자와 비교할 때 투자 횟수로는 이미 2배에 가깝다.
하반기 들어 외부 기업과 협업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7월부터 9월11일까지 약 70여 일 동안에만 모두 8건의 투자·기술협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