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월성1호기의 해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향후 월성 2~4호기도 폐쇄 가능성이 있어 지역 주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연료 인출작업을 시작하자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경주시의회를 비롯해 감포읍, 양남면, 양북면 등 경주시 주민들은 “주민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폐쇄를 결정한 뒤 이번에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월성1호기를 다시 가동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7일 “월성1호기 연료 인출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경주시의회 결의까지 무시한 한수원의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법 제103조 2항은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해체할 때 주민 의견을 수렴해 해체 계획서에 담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6월 월성1호기 조기 폐쇄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내기도 했다.
경주시의회는 “주민 여론 수렴 없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경주시와 주민 의견부터 듣고 조기 폐쇄에 따른 법정 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재정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수원은 9월3일부터 월성1호기의 발전용 원자로에서 연료를 빼내기 시작해 2019년 1월31일 인출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사장이 앞으로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다른 원전의 해체도 원활히 진행하려면 이번 월성1호기 해체 과정에서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월성1호기 해체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내놓고 실행되는 사실상 첫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원전을 폐쇄할 때마다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월성1호기에 이어 2~4호기 수명 연장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8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수로 방식인 월성2~4호기는 경수로형보다 사용 뒤 핵연료가 7~8배 많이 나온다”며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부족해 월성2~4호기 운영을 연장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연료 인출에 지역 관계자들 사이 논란이 이어지자 10일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연료 인출단계에서 받는 것이 아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영구정지 신청을 한 뒤 해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2019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1호기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뒤 해체 단계에 들어가 해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민 의견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연료 인출을 할 때 주민 의견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연료 인출 일정을 월성원자력본부 주간 운영 정보를 통해 지역 대표와 주민에게 공개했다”고도 말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가동 30년을 맞이해 잠정적으로 수명을 다한 것으로 판단된 뒤 가동이 중단됐다.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를 2022년까지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7천억 원이 투입된 뒤 2015년 6월 다시 가동됐다.
그러나 월성1호기는 재가동한 지 2년도 안 돼 2017년 5월 다시 멈췄고 한수원은 2019년 1월31일까지 연료를 모두 인출한 뒤 2019년 6월 정식 원전 해체 절차를 밟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