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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차 압박, 차등의결권 도입논의 불붙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09-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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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를 압박하면서 이익 확보의 뜻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면서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재벌 개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 등에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압박하면서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차 압박, 차등의결권 도입논의 불붙나
▲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엘리엇매니지먼트는 8월14일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에서 현대차그룹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는데 소극적 모습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3월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을 때도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세 차례나 보도자료를 통해 “배당을 늘려야 한다” “배당성향을 40~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서신에서 “현대차가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44조9천억 원이며 현대모비스는 18조7천억 원을 배당할 수 있다”고 구체적 숫자까지 들며 배당이익을 얻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8월13일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 2.1%, 2.6%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5월 발표했던 것(각각 1.5%씩 보유)보다 지분율이 높아졌다.

석 달 동안 세 회사 주식을 더 사들인 것인데 지배구조 개편 압박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그들이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주주로서 적극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동주의 투자펀드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고수익’을 실현하려는 투기자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과거 그들이 채권을 매입한 국가가 부도가 나자 채무 재조정에 응하지 않고 원리금 변제 소송 등을 통해 정부를 끈질기게 괴롭힌 것으로 악명이 높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전형적 투기자본의 형태를 드러낸 것이라고 투자금융업계는 바라본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현대차그룹 문제까지 걸고 넘어지는 등 경영권 간섭이 심해지자 해외 투기자본에게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 보호 장치 가운데 하나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높은 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차 압박, 차등의결권 도입논의 불붙나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항하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기존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통상적으로 대주주가 오랜 기간 보유한 주식에 일반 보통주보다 더욱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되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 기업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7월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특별 대담에서 “장기 주주에게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 대기업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해외 투기자본 등 단기 주주의 입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등의결권과 관련한 논의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했고 적대적 인수합병과 무관한 상황에서도 의사 결정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시장의 반발이 있어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 개혁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고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당 내부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외국 헤지펀드 공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영권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장기 보유 주식에 차등의결권을 주는 방안이 헌법과 모순이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데 부정적 인식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상황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움직임이 기업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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