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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총리에 오르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험난한 자갈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총리후보 낙마의 위기를 겪고 꺼내든 이완구 카드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병역기피·부동산투기·언론외압 의혹 등이 드러나면서 야당에서 인준 반대 목소리가 높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인준절차가 빨리 진행되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에 이완구 후보자 인준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번 주 내로 이 후보자 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초까지 개각을 실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개각에 대한 구상도 마무리가 됐다.
청와대가 개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 후보자의 인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 총리가 낙마한 사례가 한 번도 없는 만큼 원내대표로 여야에서 두루 신임을 얻는 이 후보자가 당연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인사청문회에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 후보자가 두 번 낙마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 인준을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의원총회에서 인준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예정대로 12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당황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입장대로 가야할 것”이라며 인준강행을 예고했으나 야당이 끝까지 인준을 거부할 경우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인준할 경우 반쪽 총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 책임총리로서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전례없는 인사청문안 단독처리는 새로 교체된 새정치민주연합 야당지도부에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사문제는 박근혜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야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는 분위기도 부담스럽다.
이 후보자 인준의 최대 걸림돌이 된 것은 언론외압 녹취록이다. 이 후보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 친구 중 대학 만든 놈도 있으니 언론인들 교수도 만들고 총장도 만들어 줄 것”과 “기자들이 반대하는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버릴 것”을 언급하며 회유와 위협을 가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밖에 이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과 부동산투기 의혹도 불거졌다.
처음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보충역 판정을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은 데다 이 후보자가 거짓 해명을 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통증이 심했는데 경찰에 채용된 부분도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강남 아파트를 수차례 매매한 것과 20억 원 상당의 분당지역 땅을 장인으로부터 이 후보자의 부인을 거쳐 차남에게 증여한 부분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백번 사죄한다”, “통렬하게 반성한다”, “송구스럽다”며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총리 후보자 지명 뒤 야당 지도부를 방문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