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메모리반도체업황을 놓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가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숀 김 연구원이 주목하는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와 공급업체의 재고량 변화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NBC는 7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산업의 근본적 체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뒤 마이크론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6일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하루만에 9.87% 떨어져 마감하며 최근 3년 동안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웨스턴디지털 주가는 3.7% 하락해 장을 마쳤다.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외국인 주주의 매도세로 3~4% 안팎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숀 김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최근 컨퍼런스에서 "최근 몇 주 동안 D램 수요가 약해지고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이 심각해지며 반도체업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고객사들의 가격 저항은 커지는 한편 반도체기업들은 공급 확대에 고전해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PC와 스마트폰, 서버업체 등 주요 고객사에서 최근 2주 동안 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량은 점점 쌓이고 있어 가격 하락이 유력해졌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은 최근 국내외 다수 증권사들이 메모리반도체업황을 놓고 부정적으로 전망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자들은 김 연구원의 분석이 이전처럼 반도체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이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반도체업황을 놓고 지금과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로 바뀌기 시작하고 D램 공급 부족도 완화되며 반도체업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업황이 항상 일정한 주기로 호황기와 침체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에 2018년부터 다시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이 나온 뒤 하루만에 5% 이상 급락했고 이후에도 약 3개월 정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 주가도 마찬가지로 장기간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도 D램 평균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김 연구원이 주요 반도체기업의 출하량 확대계획에 집중한 나머지 스마트폰과 서버의 반도체 탑재량 증가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해 업황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원은 2013년 보고서에서도 "반도체업황이 고점을 맞아 2014년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2014년 D램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보여 예측이 완전히 어긋났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여전히 김 연구원의 반응에 민감한 이유는 모건스탠리가 미국 금융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영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업황 호황기를 맞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점도 주주들을 상대적으로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업황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가격 하락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황 악화와 주요 기업들의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견조한 수요 증가에 따른 호황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