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여겨진다. 재무담당 상무로 임원을 시작해 관리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재무관련 부처를 두루 거쳤다.
박 회장이 한 사장을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내세운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장교체에는 여러가지 종합적 이유가 있다”면서도 “재무 전문가를 사장으로 세운 것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 성과를 거둬 ‘소임을 다했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2018년 8월말 기준 3조1914억 원인 차입금을 올해 연말까지 3조 원 미만으로 낮출 계획을 세웠다. 현재 BBB-등급인 신용등급도 BBB또는 BBB+로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597.95%에 이른다. 특히 2019년 1월1일부터 회계처리기준(K-IFRS)변경으로 운용리스비용이 부채에 포함되는 것이 큰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항공기의 60%(76대)를 운용리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급해야 할 미래 리스료는 2조9784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을 부채로 처리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현재 회계처리기준은 운용리스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지부는 7월25일 “6개월 안에 돌아오는 2조 원의 만기채권 등을 살피더라도 유동성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위기 외에도 오너 리스크 관련 우려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경영인 교체만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위기탈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회장은 ‘갑횡포’ 논란이 불거져 직원들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이나 상장을 추진 중인 아시아나IDT에 투자 수요가 위축돼 결과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오너 리스크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책임론’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장 교체가 기업 이미지 쇄신에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김수천 사장이 재무구조 개선과 기내식 대란 위기 관리에 성과를 냈음에도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물러나자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말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박 회장이 이번에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을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임명한 점을 놓고 보면 앞으로 경영체제에 또 다른 변화를 줄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IDT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박세창 사장의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 3세 승계속도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박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비교적 깨끗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