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고용노동부의 경총을 상대로 한 지도점검으로 또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지도점검 결과에 따라 경영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경총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5일 경총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7일까지 현장 지도점검을 통해 퇴직연금교육사업, NCS기업활용컨설팅사업 등 지금껏 경총이 진행한 정부 용역사업의 회계부정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총이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경영계를 대변해 경제 현안에 목소리를 내 온 경총의 영향력에도 금이 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대기업과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단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부터 시간을 조율해 6대 경제단체장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경총은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경제현안을 놓고 경영계 쪽 의견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경총이 이번 일로 타격을 받으면 경제 현안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재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중견기업인, 소상공인 등을 대표하는 위원들이 참여한다는 내용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시행령’ 전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조와 사용자단체 중심이던 노사정위원회가 일반 노동자와 소상공인 등으로 확대된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경총이 도덕성에 타격을 입는다면 더욱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손 회장은 ‘재계의 어른’으로 평가받는 기업인으로 경총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회장에 추대됐다.
경총 회장에 오른 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경총 최초의 상임부회장 해임, 회계비리 의혹 등의 크고 작은 시련들을 수습하며 경총의 위상을 높였다.
손 회장은 4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번 특별감독이) 경총의 변화와 혁신에 일조하지 않을까 한다”며 “현재 정부와 경총이 대립각을 세울 일은 전혀 없고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게 원만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지도점검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점검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점검결과 사안의 경중에 따라 시정지시를 내리거나 과태료 부과, 위탁사업비 회수, 국가사업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지정, 형사고발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