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프리미엄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모두 확보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지켜내는 '투트랙 전략'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갤럭시노트9와 갤럭시S9 등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최근 수요 침체기를 겪으며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실적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지켜내는 데 고전하면서 투트랙 전략의 한 축이 불안해지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단순히 값싼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성능을 크게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대대적 전략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4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말 출시를 앞둔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부터 다양한 최신 기술을 탑재해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 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먼저 탑재한 뒤 시간이 지나면 중저가 제품에 적용하는 일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전략은 이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은 중국업체들이 판매하는 같은 가격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 성능과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 잠식을 우려해 중저가 스마트폰에 비교적 가격과 성능이 낮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카메라 등 부품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세계시장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못지 않은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면서 삼성전자는 갈수록 거센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19.3%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점유율이 3.3%포인트 줄었고 2위 화웨이와 점유율 격차는 약 13%에서 6% 정도로 급감했다.
CNBC는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추격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 사장이 중저가 스마트폰사업 전략 변화를 통한 대응 전략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에 의미있는 혁신을 전달할 것"이라며 "연말 출시되는 신제품부터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평균가격이 100만 원 안팎으로 높아지면서 구매 여력이 낮은 젊은 소비자들이 다른 업체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고민거리로 꼽힌다.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은 게임과 카메라 등 젊은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활용도가 떨어져 가격 대 성능비가 높은 중국 스마트폰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 소비자들에 집중해 다양한 새 기능을 선보이도록 할 것"이라며 "중저가 스마트폰이 기술 차별화의 중심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는 일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잠재적 소비자층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대폭 높이는 고 사장의 새 전략이 효과를 본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앞세우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추격을 방어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고 사장은 최근 스마트폰 개발조직을 재편하는 등 전략 변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 전략이 반영될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