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9-04 14: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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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더라도 신한생명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며 '듀얼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감안하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기 전에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해 지급여력 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오렌지라이프 인수안을 논의한다. 오렌지라이프는 ING생명이 9월부터 새로 사용하는 이름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라이프 시가총액이 3일 종가 기준으로 2조8536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식 매매계약(SPA)에 포함될 내용 가운데 일부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미 합의가 끝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을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 인수가격은 신한금융지주의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LG카드(6조7천억 원)와 조흥은행(3조3천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14번째 계열사로 삼게 되면 신한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사 2곳을 나란히 계열사로 두게 된다.
두 회사의 자산 규모를 단순합산하면 6월 기준 62조2천억 원으로 미래에셋생명을 제치고 업계 5위에 오른다. 업계 4위인 NH농협생명과도 자산규모를 2조 원 차이로 바짝 따라붙는 수준이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별도 법인으로 각각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은행계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라는 특징을 가진 만큼 서로 조직문화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곧바로 합병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으로도 오렌지라이프가 서울과 강남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왔다면 신한생명은 지방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보험설계사 조직의 연령층도 오렌지라이프는 비교적 젊은 보험설계사가 주축이고 신한생명은 40~50대 보험설계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노조가 새 최대주주에게 최소 7년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합병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3년 9월 조흥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한 뒤에도 2년7개월 동안 별도법인으로 운영하다 2006년 4월에 신한은행과 합병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신한생명과 합병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잔여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어 우선 별도 법인으로 운영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소액주주의 지분을 단기간에 인수하기에는 재무적으로 어렵다”며 “무리하게 100% 자회사를 추진하기보단 적정한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한 뒤 잔여지분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별도 운영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한생명 지급여력 비율(RBC)은 6월 말 기준으로 195.4%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치(150%)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에 대비하려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는 데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만큼 신한생명에 추자 증자를 지원하기보단 재무 건전성이 탄탄한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의 지급여력 비율은 6월 기준 438%로 업계 선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게 되면 사업적·재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카드들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라며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며 상황에 따라 맞춤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