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인수전이 3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달 말 본입찰에 총 6곳이 참가했지만 인수후보들이 속속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3곳으로 줄었다.
매각가격이 최대 1조 원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KT가 매각방식을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하면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KT렌탈을 인수하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겪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인수후보 3곳, 누가 KT렌탈 품을까
9일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도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인수후보는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와-오릭스 컨소시엄,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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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
인수후보들이 줄줄이 발을 뺀 이유는 9천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KT렌탈의 가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은 3곳은 모두 9천억 원 이상의 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원래 눈에 띄는 인수후보가 아니었지만 자금력을 갖춘 일본 오릭스와 손잡으면서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최근 임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KT렌탈을 꼭 인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인수의지도 강한 편이다.
한국타이어가 KT렌탈을 품에 안을 경우 렌터카사업과 타이어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T렌탈은 렌터카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매출 1조 원과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동시에 달성하는 등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KT렌탈을 품에 안으면 단숨에 33%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다. 또 SK그룹이 운영하는 정비업체 SK스피드메이트와 주유소 SK에너지 등과 연계할 수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매각한 신사옥 매각대금 3천억 원도 다음달 확보된다.
◆ 최대 1조 원, 그만한 가치 있나
KT는 최대한 높은 가격에 KT렌탈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쓴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KT는 지난해 291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8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명예퇴직하면서 비용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매년 7%이상 감소하는 유선매출이 부담을 주고 있다.
KT는 지난달 말 본입찰이 마감된 뒤 이달 초 매각방식을 ‘프로그래시브 딜(경매호가 매각방식)’로 전환했다. 4일 인수후보들에게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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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입찰기한을 따로 두지 않고 후보자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방식이 매각가를 지나치게 올릴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8천억 원 정도로 평가되던 KT렌탈이 최대 1조 원까지 뛸 전망”이라며 “누가 가져가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예비입찰 당시 적격예비후보명단(숏리스트)에 포함된 인수후보들의 입찰가는 6천억~6500억 원 사이에 집중됐지만 두 달 만에 2천억 원 이상 뛰었다.
5년전 KT-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KT렌탈을 인수할 당시 3천억 원을 지불했다. 5년 사이 3배나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 1조 원이면 차라리 렌터카회사 하나를 차려도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황창규 KT 회장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뒤 세부 실사기회를 주고 이르면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려고 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평가에서 가격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사업 성장성과 조직 안정성 등을 감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