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에 이어 두산밥캣 지분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면서 얻은 자금을 고스란히 차입금 갚는 데 써도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금융부채가 15조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두산밥캣 매각자금은 3681억 원에 불과하다.
두산밥캣 매각자금은 급한 불을 끄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부채금액만 10조3천억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한 해 이자비용(지난해 기준·5010억 원)에도 못미친다.
두산중공업은 그룹 차원의 ‘부채 줄이기’ 주문에 따라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그룹 전반적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약해졌다”며 “무엇보다 재무 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채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매각하고 임원을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여러 자구안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말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87.55%(연결기준)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말 280.18%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실적이 향상돼야 빚을 갚을 여력이 늘어나지만 업황 침체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의 수요가 끊기게 됐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미래 실적을 결정하는 수주활동이 아직 부진한 수준”이라며 “유가 회복이나 중동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의 플랜트 발주 활동이 두산중공업의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외 수주 확보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 쓰인 자금들도 고스란히 두산중공업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는데 5년 뒤인 2018년 12월에 두산중공업이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들에게 주가 변동액을 정산하기로 돼있다.
당시 발행가액은 1만5천 원이었는데 만기일의 주가가 그보다 떨어져있다면 그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날 두산건설 주가는 210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 두산중공업은 100% 영국 자회사 두산파워시스템(Doosan Power Systems S.A.)의 영구채도 상환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12월 두산파워시스템을 통해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올해 12월 영구채를 조기에 상환하는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영구채 보증을 제공했던 수출입은행이 그 영구채를 떠안도록 당시에 조건을 걸었다. 수출입은행이 영구채를 떠안게 되면 두산중공업이 담보로 제공했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4% 등이 수출입은행에 넘어가게 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파워시스템 영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존과 유사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추가 매각계획은 없고 결국 사업을 끌어올려 재무 건전성을 이루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