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며 보험업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윤 원장은 즉시연금, 암보험에 이어 연금전환형 종신보험까지 칼끝을 겨눴다.
금융감독원은 ING생명, 동양생명, KDB생명, DB생명 등 네 곳의 보험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연금전환형 종신보험 상품의 현장영업 실태조사를 마쳤다.
네 곳 보험회사는 규모만 놓고 보면 국내 생명보험 회사 25곳 가운데 중상위 회사지만 종신보험 시장에서 점유율은 네 곳 모두 합쳐 28%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사를 놓고 의례적 조사가 아니라 목적이 분명한 조사로 금감원의 실질적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바라본다.
즉시연금, 암보험에 이은 보험회사 압박 카드라는 말도 나온다.
윤 원장은 다른 분야보다도 보험분야를 놓고 개혁 의지가 강하다. 보험 분야가 여러 금융 분야 가운데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금융분야별 민원 비중 가운데 보험 민원 비중은 60.9%다. 전체 민원 4만37건 가운데 2만4361건이 보험민원이었다.
윤 원장은 1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 컨설팅 회사가 2016년 세계 30여개 나라의 보험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꼴찌였다”고 말했다.
보험분야가 소비자의 불만이 가장 많다는 사실에 더해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윤 원장의 개인적 소신도 금융 개혁의 무게 중심을 보험에 두게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금융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소비자”라며 “한국 금융을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놓고 “금융 감독자로서 소비자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목표에 맞춰 금융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개혁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보험 분야는 금감원의 중점적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9월 첫째 주에 66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도 금융 소비자 보호실태 평가’를 발표한다.
과거 실태 평가보다 평가등급을 세분화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금감원이 직접 금융회사와 소비자 보호 개선 협약을 맺는 등 사후관리도 한다. 실태 평가 결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보험회사의 평가가 다른 분야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실태 조사 결과 금융 분야별 10만 명당 민원 건수 1위 회사를 살펴보면 은행은 씨티은행 10.65건, 생명보험은 KDB생명보험 46.84건, 손해보험은 MG손해보험 48.84건, 카드사는 하나카드 16.22건,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5.38건, 저축은행은 조은저축은행 15.2건이다.
윤 원장은 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종합검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이 생명보험회사와 즉시연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 보복성 검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 문제라면 욕을 먹어도 해야 한다”며 종합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금감원은 보험사에 직접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도 숨은 보험금 통합 조회 서비스, 변액보험 수익률 정보 제공 개선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 시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