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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영, 녹십자로부터 일동제약 경영권 어떻게 지키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2-09 14: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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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회복제 ‘아로나민’으로 유명한 일동제약이 국내 제약업계 2위 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2대 주주로 지난해에도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권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윤원영, 녹십자로부터 일동제약 경영권 어떻게 지키나  
▲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왼쪽)과 윤웅섭 사장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가운데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해 달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최근 발송했다.

‘주주제안’은 지분율 1% 이상인 주주가 주주총회 논의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동제약은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과 이종식 감사, 최영길 사외이사 등 3명이 다음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녹십자는 이 제안서에서 일동제약의 이사진 10명 가운데 임기만료 예정인 3명 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의 선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1년 만에 경영권 다툼을 재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해 1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건을 상정했으나 녹십자와 지분 10%를 보유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녹십자는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셀을 통해 일동제약 지분 가운데 29.36%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와 지분격차가 3.16%밖에 나지 않는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주식 79만주 이상을 확보하면 최대주주 지분을 넘어서게 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녹십자는 이번 주주제안 발송과 관련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차원에서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갑작스런 주주제안서 발송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 때까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이날 녹십자에 공문을 보내 "(녹십자가)일동제약의 2014년 실적을 호도하며 예고 없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등 일련의 권리행사가 적대적 M&A로 해석되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적대적인 M&A가 아니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입장과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 불씨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개인투자자로부터 보유주식 12.57%를 인수하면서 비롯됐다.

일동제약은 오너 일가인 윤원영 회장 등이 개인회사인 씨엠제이씨 등을 통해 지분율 32.52%를 보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녹십자가 대거 지분율을 늘리면서 윤 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녹십자는 지분 취득 당시 일동제약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우호적 지분 매입이라고 밝혔으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동제약은 1941년 윤용구 회장이 세운 극동제약이 모태다. 설립 이듬해 사명이 일동제약으로 변경됐고 이후 국내 최초로 유산균 영양제 ‘비오비타’, 1963년 활성비타민 ‘아로나민’ 등 장수브랜드를 키웠다.

창업 2세대인 윤원영 회장의 개인지분이 6.42%로 가장 많고 이밖에 부인 임경자씨(2.63%), 장남 윤웅섭 사장(1.63%) 등 가족이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77세로 장남 윤웅섭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분을 넘기려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서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게 됐다.

윤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일동제약을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의 분할을 결정하고 2013년 10월 이사회 의결까지 마쳤으나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이를 승인받는 데 실패했다. 녹십자와 피델리티가 손 잡고 윤 회장 일가의 경영권 행사를 사실상 가로막은 셈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9753억 원을 내 유한양행에 이어 제약업계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돼 녹십자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동제약 주가는 9일 경영권 분쟁 조짐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15%)까지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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