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려는 조짐이 보이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의 수익성이나 키움증권의 디지털 금융 사업과 방향이 맞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전부터 금융 관련 정보통신(IT)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조흥은행에 근무할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을 처음 접한 뒤로 199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온라인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이끌었을 정도로 정보통신분야에 정통하다.
특히 키움증권 창립 멤버로 합류하면서 영업지점 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생소한 발상을 구현하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과 그동안 이 사장이 그려온 온라인 위주의 사업 방향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8월 초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많다”며 “키움증권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비대면 계좌를 통해 증권 관련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왔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예금이나 적금 등 다룰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영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발돋움한다면 기존 증권 중개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며 “은행은 보편재 및 필수재의 속성을 지니는 만큼 키움증권이 고객의 범위를 확대해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키움증권은 2015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2017년 말 이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대주주(지분율 47.7%)가 다우기술인 탓에 키움증권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10%(의결권 4%)로 제한된 탓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놓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키움증권이 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대상 범위 및 한도를 놓고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규제 자체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