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8-27 16: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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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시장에서 반격을 벼르고 있다.
상반기 LNG운반선의 ‘수주 랠리’에서는 조선3사 가운데 유독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8월에만 4척을 수주하며 다시 속도가 붙었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여유있는 도크를 내세워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NG운반선은 이제 삼성중공업에 수주 차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사마다 도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돌아가면서 잔고를 채우게 돼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고객들이 발주할 때는 품질과 안전도 보지만 납기도 중요한 요건"이라며 "납기 기한을 맞추기 위한 도크 여력은 삼성중공업이 제일 여유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조선3사 가운데 도크가 가장 한가하다. 7월 기준 LNG운반선의 수주잔고를 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28척(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41척, 삼성중공업이 15척이다.
상반기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이 LNG운반선을 14척, 대우조선해양이 12척을 각각 수주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5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2분기 글로벌 LNG운반선의 발주량이 4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만 ‘수주 잭팟’에서 소외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이런 양상이 경쟁력 차이가 아닌 영업전략과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8월에 LNG운반선 4척을 새로 수주하면서 올해 누적 수주를 9척, 총 수주잔고를 19척으로 늘렸다.
삼성중공업이 가격 줄다리기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사 도크가 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3사가 주로 수주하는 대형 LNG운반선 가격이 척당 1억8천여만 달러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저가 수주를 피해 몸값을 높여왔다는 것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운반선은 2011년~2015년 이상의 발주 규모가 수 년 동안 펼쳐질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물량은 꾸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삼성중공업의 비어있는 도크는 LNG운반선을 제 가격에 수주할 수 있는 협상력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는 서로 늘었다가 줄어들기를 주고받아왔다.
LNG운반선의 수주 이력을 보면 삼성중공업은 2011년 18척에서 이듬해 3척으로 쪼그라들었다. 2013년 다시 14척으로 뛰었고 2014년 5척, 2015년 3척, 2016년 1척, 2017년 3척으로 부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부터 7년 동안 6척→2척→7척→23척→9척→3척→4척씩을 차례로 수주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7척→13척→9척→8척→4척→2척→5척의 흐름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LNG운반선 수주가 부진했던 이유를 놓고 “경쟁사들의 발주처들이 먼저 움직였을 뿐”이라며 “경쟁사 도크가 차고 있는 만큼 우리는 하반기에 LNG운반선 위주로 영업해 올해 두 자릿수 신규 수주를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16일 유럽 선사 셀시우스탱커스(Celsius Tankers)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는데 옵션 계약에 따라 2척을 추가로 주문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 발주할 LNG운반선을 놓고도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조선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원 개발회사 애너다코페트롤리엄 등은 모잠비크에서 LNG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7만4천~18만㎥급 대형 LNG운반선 16척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로즈뱅크 해양플랜트에서 탈락해 수주 목표치 달성이 불투명해진 만큼 LNG운반선 수주 반등이 더 절실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