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등장하는 ‘제로페이’가 경쟁력을 갖추며 안착할 수 있을까?
수수료 '0(제로)'으로 운영될 '제로페이'에 신용카드와 같은 여신(신용)기능까지 더한다는 방안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결제수단으로 자립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제로페이'처럼 QR코드 인식으로 작동하는 중국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모습. |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신용카드는 마일리지 혜택과 여신기능 등이 있어 제로페이보다 사용에 유리한 점이 많다”며 “제로페이의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의 여신(신용)기능이란 사용자가 신용카드로 우선 구매를 하고 나중에 신용카드회사에 대금결제를 하는 기능을 말한다.
반면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여신(신용)기능이 없어 결제계좌에 항상 잔액이 남아있어야 한다.
제로페이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용 수수료 없이 운용된다.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판매액의 최대 2.3%에 이르는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신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소득공제율 40%'라는 혜택을 내놨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이 각각 15%, 30%인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 혜택이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신용카드가 체크카드의 절반인 소득공제율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다”며 “제로페이가 높은 소득공제율만으로는 신용카드에 맞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2배 높은 소득공제율을 지니고 있지만 2017년 기준으로 사용률이 신용카드의 25% 수준에 그쳤다.
자영업자들은 제로페이가 신용카드와 같은 여신(신용)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제2의 직불카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소상공인협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제로페이에 여신(신용)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에 반응해 제로페이에 여신(신용)기능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도 이날 “제로페이의 여신기능을 두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중소기업벤처부와 협력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제로페이에 여신(신용)기능을 도입하게 된다면 문제는 자금이다.
제로페이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간편결제업체와 같은 수익구조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간편결제업체는 이용자와 거래 규모를 키운 뒤 플랫폼 안에서 광고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제로페이에 여신(신용)기능이 도입된다면 이런 자립 구조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제로페이 이용자들이 신용카드처럼 계좌잔액없이 미리 구입한 것의 이용대금을 누군가가 마련해서 가맹업자에게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자금을 정부가 마련한다면 민간 사업영역인 카드시장에서 불공정 거래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카드사는 계속된 수수료 인하에 이어 제로페이 여신(신용)기능 도입 문제까지 터졌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을 아끼고 있다.
카드업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로페이의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먼저 나서기보다는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로페이에 여신기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아직 협회 차원에서 대응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