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근본적 변화(딥 체인지)’의 실천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근본적 변화의 실천방안으로 ‘공유경제’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일에 열린 이천포럼에서 “지난 3년은 SK그룹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구성원들이 받아들인 시기였다”며 “이제는 근본적 변화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근본적 변화란
최태원 회장이 내세운 경영전략으로 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 방식과 사고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딥 체인지1.0’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듬해인 2017년 10월에는 그룹과 계열사의 공유인프라 활용을 늘리는 ‘딥 체인지2.0’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재계는 최 회장이 그보다 더 진전된 내용을 담아 올해 10월경 ‘딥체인지3.0’을 화두로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은 그동안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 변화를 추진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전국 주유소 3600여 곳을 택배 집하 등 물류기지로 공유한다는 방안을 내놓았고 SK텔레콤은 휴대폰 대리점을 공유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련 인프라를 협력사와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원하는 것은 근본적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인데 현재 계열사들이 내놓고 있는 방안은 모두 사회공헌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딥 체인지3.0에서는 공유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한편 기업으로서 성장과 지속가능성도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모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 CEO들이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뒷받침할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며 “최 회장은 딥 체인지3.0을 통해 더 구체적 지시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관련된 새로운 사업모델로는 차량공유사업이 꼽히고 있다.
차량공유는 환경오염 등 차량 소유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사업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SK그룹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사업 모델로 제격이라는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그룹 시너지도 극대화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의 앤소니 탄 대표를 두 차례나 만난 것도 차량공유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과 차량공유사업은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며 “SK는 최근 공유경제 투자에 집중하는 소프트뱅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