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가 만든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10년 전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도 닌텐도DS와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명텐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써서 게임을 하는 사람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거의 완벽하게 대체했기 때문이다.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가상현실(VR)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삼성의 '기어VR' 이미지.
19일 미국의 게임 전문 리서치회사 뉴주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은 2021년 전체 게임시장의 5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게임을 위해 개발된 전자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여느 게임기보다 조작이 불편하고 발열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게임기로서 스마트폰의 가치에 주목한 여러 기업들이 스마트폰의 게이밍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스마트폰 전용 게이밍 디바이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 전용 게임패드다. 스마트폰은 크기가 작아 게임 때 조작이 불편하다는 단점을 해결해주는 도구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된다. 국내 유명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6월27일부터 7월26일까지 한 달 동안 스마트폰 전용 게임패드의 판매량이 98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샤오미는 4월 게이밍 스마트폰 ‘블랙샤크’와 함께 블랙샤크 전용 게임패드를 출시했다. 블랙샤크 스마트폰 패키지에 포함돼 있는 이 패드를 이용하면 실제 게임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스마트폰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모토로라 역시 게이밍 스마트폰 ‘모토Z’의 제품 패키지에 전용 게임패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연결할 수 있는 게임패드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의 게임패드는 스마트폰과 페어링(블루투스 기기를 서로 연결해주는 기능)이 가능하다. 본래 엑스박스와 PC용으로 사용되는 게임패드지만 스마트폰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고사양 게임을 구동할 때 스마트폰의 발열을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폰 쿨러 제품도 인기다. 특히 폭염 때문에 스마트폰의 자체 쿨링 기능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전용 쿨러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쿨러 제품은 대부분 중소 스마트폰 액서사리 제조기업에서 만든다. 위메프와 쿠팡 등 소셜커머스업체에서는 ‘쿨링 제품 특별전’을 통해 스마트폰 쿨러를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 쿨러는 거치대 형태와 스마트폰 케이스에 부착하는 형태의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부착형이 더 편리하긴 하지만 쿨링 성능은 대부분 거치대 형태가 더 뛰어나다.
업계 관계자는 “거치대 형태의 스마트폰 쿨러는 스마트폰을 쿨러에 거치하고 게임 패드를 연결해 스마트폰 게임을 콘솔 게임처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VR)용 HMD(머리에 쓰는 형태의 디바이스) 역시 스마트폰을 가상현실 게임기로 바꿔주는 게이밍 디바이스 가운데 하나다. 현재 '오큘러스VR', 'PSVR'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상현실기기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실행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 가상현실 HMD는 삼성전자의 '기어VR'이다.
기어VR의 전면부에 있는 USB단자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꽂으면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가상현실기기 전문기업 오큘러스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가상현실 게임을 기어VR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기어VR이노베이터에디션'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기어VR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있다. 가장 최신 모델은 2017년 9월 갤럭시노트8과 함께 출시된 '기어VR with controller'다.
구글의 '카드보드VR' 역시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현실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카드보드VR은 스마트폰을 단자에 연결할 필요 없이 단순히 HMD에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것 만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매우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컨트롤러가 따로 없어 헤드트래킹(디바이스가 시선(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으로 모든 조작을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