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과 은행의 중간배당 등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지주가 2조4천억 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출자금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지주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이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금융지주회사의 자기자본보다 자회사들의 총자산이 크다는 것으로 부채를 활용해 자회사에 출자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중 레버리지 비율 130%를 지도비율로 삼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조달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까지 감안하며 신한금융지주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19.7%로 추정된다”며 “1조7천억 원가량은 지주 차입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잔여자금은 신한은행의 중간배당과 순이익,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협상 테이블에서 신한금융지주가 급할 이유가 없는 만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값을 쳐줄 가능성은 낮다.
ING생명 시가총액은 1월~2월에 4조3천억 원 수준으로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 지분 59.15%의 단순 가치는 2조5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3월부터 인수설이 나돈 뒤 ING생명 주가는 3만 원 후반~4만 원 초반대로 떨어졌고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가 다시 ING생명 지분을 놓고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ING생명 주가는 8월16일 장중에 3만52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ING생명의 시가총액도 2조9천억 원대로 낮아지면서 ING생명 지분 59.15%의 가치도 1조7천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2조4천억 원과 비교해보면 시가총액에 경영 프리미엄이 30% 넘게 붙는 수준이다.
ING생명 인수를 놓고 신한금융지주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KB금융지주도 ING생명을 향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사실상 신한금융지주가 MBK파트너스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도 ING생명 인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가격 측면에서는 여지를 남겨뒀다.
조 회장은 “ING생명을 인수하겠다는 방향은 정해져 있고 진행하고 있다”며 “ING생명 인수와 관련해 가격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고 가격 산정에서 복잡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NG생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조 회장이 내세운 기준보다 소폭 낮은 데다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 지분 59.1%를 매입한 뒤 완전자회사로 삼는 전략을 세운다면 잔여지분도 사들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수가격을 낮추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할 수 있는 회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1.1%이고 ING생명의 자기자본이익률은 10.5%로 추정되기 때문에 ING생명 인수에 자체 산출액보다 더 많은 자금을 넣기는 어려워 보인다.
◆ 투자원금 모두 회수한 MBK파트너스, 가격 얼마까지 낮출까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할 때 MBK파트너스가 이미 ING생명 투자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을 1조8400억 원에 사들인 뒤 배당과 상장, 자본 재조정 등을 통해 투자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ING생명 지분 59.15%를 판 돈은 고스란히 투자수익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한 상황에서 굳이 헐값에 팔 이유가 없는 만큼 최대한 가격을 낮추지 않기 위해 버티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악화되고 있는 생명보험업황과 ‘ING’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만큼 가격을 낮춰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MBK파트너스와 네덜란드 ING그룹이 맺은 상표권 계약은 올해 말로 끝나 ING생명은 9월3일부터 회사이름을 오렌지생명으로 바꾸기로 했다.
간판이 바뀌면 기업가치와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ING생명이 이름을 바꾸는 9월3일 전에 대략적 인수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MBK파트너스에게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 회사 매출 상황 등이 자칫 인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굳이 안고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모두 인수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한금융지주는 협상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물밑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