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 개편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여건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연금 전문가’로서 능력을 입증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13일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일처리 방식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제도 개편 문제와 관련해 “
문재인 정권은 모든 정책에서 국민들 간보기를 우선하고 국민 여론과 비판이 커지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여과 없이 밖으로 전해져 큰 혼란을 야기한 점을 분명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번처럼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공청회에서 그동안 제도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준비해 온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10일 보험료율 인상, 보험료 납입기간 확대 등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박 장관이 이번 논란을 통해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지만 그만큼 국민연금제도 개편의 사회적 논의를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제도 개편은 과거 보수 정권 때부터 계속 필요성이 제기된 무거운 과제다.
문재인 정부 역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며 힘을 실었지만 그동안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논란을 통해 주말 동안 청와대 게시판에 1천여 건의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단숨에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박 장관은 이번 논란을 통해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민의 반응을 살펴보는 기회를 얻었다. 공청회 전 여론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만큼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면 이를 반영해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제도 개편은 박 장관이 해결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과 함께 가장 중요하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이 혜택을 몇 십 년 뒤에 누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보험 개편보다 더 어려운 과제로 꼽히기도 한다.
박 장관이 연금 전문가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제도 개편 과제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박 장관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으로 석사학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버클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 출신 장관으로 사회복지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연금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박 장관은 1988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서 일하며 국민연금이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될 때 제도를 설계하는 일을 도운 인연도 있다.
박 장관이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치매 국가책임제 등 건강복지 측면의 정책들에 치중해 왔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문인 연금복지분야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제도 개편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편 논의의 기본 원칙은 노후 소득 보장 확대”라며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