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을 맡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 때부터 6년 동안 내리 정무위원회에만 몸담아 온 정무위 터줏대감이다.
정무위 여당 의원은 민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초재선이다. 정무위 경력도 민 의원이 가장 길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민 의원은 정무위원장으로 낙점됐다.
정무위는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12일 국회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 의원은 정무위원장으로서 공정경제와 관련한 입법 활동을 적극 챙길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정무위원장 자리는 전반기에 자유한국당이 차지했으나 후반기 원 구성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왔다. 정무위원장에 오른 민 의원은 정부의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민 의원은 7월24일 정무위원장으로서 주재한 첫 전체회의에서 “가능하면 매주 1회 법안심사소위를 열도록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소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민 의원은 벌써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민 의원은 9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소상공인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가맹점단체가 가맹점에 단체협상을 요구할 때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하는 법안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하반기 정무위원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개정안은 이르면 9월 정기국회 때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반영해 다수의 규제 방안이 포함된다. 이미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위를 통해 경쟁법제와 절차법제, 기업집단법제에서 17개 과제의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공들여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심사하고 처리할 정무위원회와 입법 논의를 이끌어 갈 정무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향과 민 의원의 성향은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 의원은 2012년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에 배정된 후 꾸준히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 관련된 법안을 발의해 왔다.
민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은 계열사 부당 지원과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었다.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를 강화하고 부당 지원은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냈다.
이후 경쟁법과 관련한 조사·고발권을 지방자치단체에도 부여하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을 제출하는 등 활발한 입법 활동을 벌였다.
민 의원은 공정거래 법체계가 '갑' 친화적으로 돼 있다며 '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8월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을의 대항력을 강화해 갑에 맞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을에게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을의 교섭권 보장,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에 대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대부분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논의에 포함된 것들이다.
다만 민 의원은 최근에는 공정거래분야보다 주로 금융 쪽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나타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올해만 해도 금융회사의 금융거래에 자금세탁 방지의 국제 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금융분야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금융혁신 특별법 제정안, 은행에 잘못된 금리 부과의 책임을 지우는 은행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내놓았다.
가상통화 거래 입법화 정책 토론회,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및 과제 토론회 등을 열어 혁신금융분야의 논의를 선도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런 활동에서 드러나듯이 민 의원은 금융 쪽에서는 강경 규제 일변도보다 유연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드물게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천명했고 여야 원내대표들은 8일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여당이 제한적이나마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긍정적 시각을 나타내 온 민 의원이 정무위원장이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 의원이 이전부터 제기해 온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민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금융위가 맡았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기능만 지닌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 의원이 주장해 오던 바와 뜻이 통한다.
다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처럼 단시간에 되지 않을 수 있다. 민 의원은 20대 국회 때는 관련 법안을 내지 않았다.
민 의원은 7월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큰 공사가 필요해 현재로선 어려울 것 같다”며 “금융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