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한진그룹 준법위원회의 구체적 운영방안 등을 포함해 대한항공 조직 쇄신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석 부회장은 부회장 취임 4개월을 앞두고 대한항공의 조직쇄신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1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과와 함께 내놓은 조직 쇄신안을 놓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내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석 부회장이 준법위원회의 본격 활동을 앞두고 조직 구성과 운영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그룹 안의 소통현황을 파악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오너일가 갑횡포와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4월 준법위원회를 구성하고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석 부회장은 그동안 서울 종로구의 한진 사옥과 대한항공 사옥을 오가면서 대한항공의 조직 쇄신안을 준비해왔다.
석 부회장은 대한항공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한항공 인사 과정이나 업무 절차, 조직문화 등 내부 경영체계를 손봐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석 부회장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의 확산을 막기 위해 4월23일 대한항공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석 부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지만 전문경영인인 데다 대한항공을 대표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업무에 들어간 만큼 조직 쇄신 등 내부 경영 문제를 들여다보며 직원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석 부회장은 5월 “내부 소통을 통해 직원들 어려움 등을 듣고 고충을 해결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그런 업무가 회사 부회장의 일반적 업무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이 조직 쇄신 의지를 밝힌 지 넉달이 넘도록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석 부회장을 향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석 부회장은 경영진 4명과 함께 ‘대한항공의 다섯 주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직원들의 오너 퇴진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석 부회장이 실효성 있는 조직 쇄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조 회장 최측근 전문경영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안팎의 비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민주노총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를 출범한 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지부장으로 뽑는 등 조직을 갖췄다. 앞으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 퇴진을 조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시민단체와 협력해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항공재벌 갑횡포 격파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시민단체가 집회의 주최와 주관을 맡은 만큼 앞으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대한항공 경영을 놓고 비난여론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경영 압박도 구체화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방세 감면 혜택을 없애는 것을 뼈대로 하는 지방세 관계법률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항공사들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혜택을 조정했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항공사 오너일가들의 갑횡포 등 여파가 정부 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석 부회장은 1984년 말 대한항공에 입사했으며 2008년 1월까지 대한항공에서 경영기획팀장과 경영기획실장, 미주지역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1989년부터 1990년까지는 한진해운에서 근무했다.
현재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