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새로 개발하는 낸드플래시 공정기술을 '4D낸드'로 이름짓고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기술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선두기업과 중국 반도체기업의 3D낸드 물량 공세에 대응해 낸드플래시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SK하이닉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다.
9일 외신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메모리반도체 세미나 '플래시메모리 서밋'에서 4D낸드 기술 개발과 양산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개발되는 96단 이상의 3D낸드 기술을 모두 4D낸드라는 별도 브랜드로 고객사들에 공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D낸드에 반도체업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새 공정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3D낸드와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4D낸드는 기존의 3D낸드 공정에 별도의 반도체 회로를 한 층 덧붙이는 기술로 반도체 크기를 축소하는 동시에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양산을 계획한 96단 4D낸드를 시작으로 향후 100단, 200단을 넘어 500단이 넘는 적층 기술을 낸드플래시에 적용하는 목표까지 세워뒀다고 발표했다.
3D낸드는 낸드플래시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이는 공정 기술로 적층하는 반도체 소자의 단수가 높아질수록 효과가 커진다.
삼성전자와 도시바메모리, 웨스턴디지털 등 낸드플래시 상위 기업이 최근 일제히 96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앞서나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4D낸드라는 새로운 기술과 브랜드를 통해 이 회사들을 추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미 128단 4D낸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종합 반도체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술 발전을 통한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D램에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는 이전부터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의 94% 정도를 D램에서 올렸다.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한편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도 4~5위권에 그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성장 축은 갈수록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정보를 기반으로 한 IT 신산업이 발달하며 서버 등에서 대용량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 성장에 충분한 수혜를 보려면 결국 낸드플래시분야 상위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서버용 SSD. |
전자전문매체 탐스하드웨어는 "SK하이닉스가 새 기술을 4D낸드로 이름붙인 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지만 기술 발전 성과와 목표가 모두 감명 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낸드플래시업체의 3D낸드 증설 투자가 늘어나며 낸드플래시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 YMTC가 SK하이닉스의 4D낸드 발표 직후 64단 3D낸드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진입을 예고한 점도 낸드플래시업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4D낸드 기술로 고객사들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은 그런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반 SSD는 HP 등 주요 서버 고객사에 공급되며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며 "차세대 저장장치분야에서 4D낸드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