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왼쪽)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
“카카오뱅크는 1년째 ‘오픈 중’.”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와 윤호영 대표가 카카오뱅크 안착을 위해 달려온 지 1년이 됐지만 규제 탓에 기대만큼 자리잡지 못한 데 관한 아쉬움이 담겼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은산분리 '족쇄'를 벗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두 대표의 상장 추진 계획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야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합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향한 주식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 대표와 윤 대표는 내년부터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회의적 시선이 쏟아졌다. 흑자 전환 시점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한데 벌써부터 상장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산분리가 완화돼 카카오가 자유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흑자 전환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익을 내기 위해 고객기반을 넓히려면 공격적 대출영업을 해야하는데 여기에는 실탄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아직 법이 어떻게 바뀔지 구체적 방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은행업은 자본이 수반돼야 클 수 있는 사업"이라며 "카카오가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카카오뱅크는 향후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추가적 자본금 확대를 통해 부동산 대출 강화, 카드사업 진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적자폭도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자본인 카카오는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로 카카오뱅크의 1대주주에 오르지 못하고 증자 참여가 제한됐다.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기업공개를 할 때 공모주시장에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대표가 ‘상장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기존 주주들로부터 추가적 자본 조달이 쉽지 않아 마련한 대안이지만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이 58%였지만 올해 한 차례 더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50%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와 윤 대표는 '은행, 그 이상의 은행(Bank, Beyond Bank)'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혁신은 보여주지 못했다. 은산분리 규제 탓에 1대 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이다 보니 여전히 기존 금융권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부터 동고동락하며 출범을 준비해왔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 등을 지낸 전략투자분야 전문가다. 반면 윤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거쳤다.
IT업계와 금융업 출신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출범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 이상적 ‘콤비’로 평가됐지만 은산분리가 발목을 잡았다.
윤 대표는 최근 열린 1주년 간담회에서 “새로운 것,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것을 선보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저희가 내놓은 서비스는 기존에 있는 것을 다르게 했을 뿐”이라며 “은산분리가 완화돼서 혁신이 가속화될 필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 등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강화를 카카오뱅크에 필요한 혁신으로 꼽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카카오와 시너지를 높이는 것은 필요한 과제다.
카카오뱅크가 당초 인터넷전문은행들의 목표와는 달리 중저신용자 대출이 적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대출상품 확대를 가속화하지 못한 것 역시 신용 데이터 부족만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는 출범 초기 자본금이 3천억 원이었는데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3천억 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향후 대출사업을 더 확대하면서 자기자본(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
이용우 대표는 “기업공개 전에 자본 확충을 해야할 필요성은 낮다"면서도 "은행 영업이라는 것이 예상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1월 글로벌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을 통해 마련한 1조 원 규모의 자금 일부가 카카오뱅크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당초 이 돈을 콘텐츠플랫폼 업체 인수합병과 4차산업 관련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지만 아직 카카오재팬 유상증자에 800억 원을 썼을 뿐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를 위해 아껴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