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8-07 15: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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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직원들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으려면 회사가 계속 성장해야 한다.“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다. 차 대표는 '인재 경영'을 유달리 강조하는데 좋은 사람들이 적절히 일할 수 있도록 조직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이사.
그 말대로 아이센스는 최근 6년 새 매출이 3배, 12년 동안 49배나 뛰었다. 올해도 주력사업인 혈당측정기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공격 경영을 이어간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이센스는 하반기에도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할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혈당측정 스트립의 수출가격을 낮춘 데다 해외시장 분석비용과 영업비용 등 판관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센스는 당뇨병 환자 등의 혈액 내 혈당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자가 혈당측정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자체 브랜드인 '케어센스'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자개발생산) 등을 포함해 30여 종을 만들어 팔고 있다. 자가 혈당측정기는 피부를 찔러 피가 나오게 하는 바늘 같은 랜싯, 혈액을 묻히는 종이 막대 모양의 스트립, 혈당 농도를 재는 명함 만한 장치 측정기기로 구성된다.
소모품인 스트립에서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을 내기 때문에 스트립을 팔기 위해서 측정기기는 공짜로 나눠주는 일이 많다. 면도기회사가 면도기보다 면도날 판매로 돈을 버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판관비가 늘어나면서 아이센스는 지난해 매출이 18.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3% 뒷걸음질했다.
그러나 차 대표는 잠시 이익이 줄더라도 외형 키우기에 초점을 두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매출 80% 정도가 수출에서 발생하지만 글로벌 점유율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클 여력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자가 혈당측정기는 로슈, 애보트, 존슨앤드존슨, 아센시아 등 빅4 업체들이 세계시장 80%를 과점하고 있지만 대만과 중국회사들의 저가 공세로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중국산 제품에 관한 신뢰가 높지 않은 만큼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아이센스가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 분석했다.
차 대표는 특히 그동안 매출 비중이 높았던 ODM(제조자개발생산)보다 올해는 자체브랜드 '케어센스' 판매에 집중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이센스 관계자도 "아이센스는 글로벌 4대 회사들과 비교해 자금 동원력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약점이 있지만 세계 각국 의료기기 전시회 등에 참가해 제품 홍보를 진행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이런 약점을 보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대학 실험실에서 '학내 벤처'로 사업을 시작했다.
혈당측정기 핵심 기술인 바이오센서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면역센서 및 전위차센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는 같은 대학 전자공학과에서 반도체와 화학센서를 결합하는 연구를 했다.
이후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같은 과 남학현 교수와 함께 정부 국책과제를 진행하다가 석·박사 과정의 제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제자들이 자꾸 전공과 동떨어진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렇게 교수 둘, 제자 다섯이 의기투합했다. 남 교수는 현재 아이센스 생산총괄 사장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로슈 등 업계 ‘빅4’가 글로벌 혈당측정기시장의 98%를 철옹성처럼 장악하고 있었지만 차 대표는 수조 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에 더 주목했다. 파이가 큰 만큼 그 0.1%만 차지해도 취업난을 겪는 제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으리라 여겼다.
2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이센스는 혈당 측정에 필요한 혈액은 기존제품의 8분의 1, 측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인 획기적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은 초기 목표였던 글로벌 점유율 0.1%의 10배인 1%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매출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5년 매출은 36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522억 원, 코스닥 상장 첫 해인 2013년에는 828억 원, 지난해는 1570억 원으로 불었다.
차 대표는 새 성장동력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연속 혈당측정기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혈당측정기시장에서 자가 혈당측정기는 -1%로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연속 혈당측정기(CGM)시장은 연 평균 20% 수준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속 혈당측정기는 아예 몸에 부착을 해놓고 자동, 지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일종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다.
혈당값을 채혈해서 찍는 게 아니라 5분 간격으로 측정값을 저장하고 일정값 이하로 내려오거나 올라가면 알람을 울릴 수 있다. 현재 아이센스 연속 혈당측정기는 상용화 개발 단계로 내년 상반기까지 임상을 마치고 4분기 출시가 예상된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혈당측정시장은 자가 혈당측정기에서 연속 혈당측정기로 커다란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시장 흐름에 맞게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