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남북 경제협력에 대비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앞으로 벌크선업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려 벌크선사업을 회복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곧바로 선박을 띄울 수 있도록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석탄 등 산업 원자재를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으로 한국이나 중국 등으로 실어 나르거나 아시아 지역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유럽까지 운송하는 물류사업이다.
송영길 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7월13일 북한 함경북도의 나진·선봉 지역을 방문해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로를 직접 점검한 만큼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운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북방물류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나진항에서 부산항으로 석탄 등을 실어오는 방안뿐만 아니라 나진항 현대화 등 북한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나진항으로 들어가는 물류를 수송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대북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현대상선이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여러 가능성들을 놓고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벌크선업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벌크선 화주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몸집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남한과 북한의 교류에서 한몫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벌크선을 다시 확장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운임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벌크선 회복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는 7월27일 기준으로 863포인트로 지난해 7월28일보다 6.7% 낮은 수준을 보였다.
현대상선은 2016년 초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크선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했다.
당시 벌크선사업의 수익이 좋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매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벌크선 매출이 2015년 1조419억 원에서 2017년 5440억 원까지 줄었고 현재 컨테이너선에 무게추를 두고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애초 현대상선은 포스코, 코레일과 컨소시엄을 꾸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러시아 석탄을 3번 부산항으로 실어 날랐다.
그 뒤 정부가 2016년 북한 핵실험 등 요인으로 대북 제재에 들어가면서 현대상선은 사업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는데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데 대응해 사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